채권시장 삼킨 ‘반도체 머니’…SK하이닉스, 올해 크레디트물 20조 ‘쓸어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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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ADR 상장 뉴스
연합뉴스

반도체 호황으로 쌓인 ‘초과 현금’이 국내 채권 발행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가 공사채·은행채·여전채·증권채 등 크레디트물을 가리지 않고 약 20조원어치를 사들이며, 발행시장의 절대 큰손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37조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 기간 현금성 자산은 전분기 말 대비 19조4천억원 늘어난 54조3천억원에 달한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단기 운용처를 찾아 크레디트 채권시장으로 흘러들어온 셈이다.

발행사가 먼저 ‘하이닉스 의중’을 묻는 시장

채권 매수는 SK하이닉스로부터 자금 운용을 위탁받은 대형 증권사 5곳의 신탁계정을 통해 이뤄진다. 주목할 점은 딜 구조다. 한 단기자금시장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발행사에 매수할 물건이 있는지 문의하는 방식으로 딜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전체 물량을 하이닉스가 가져가는 사례가 다수”라고 전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삼성증권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했고, 미래에셋증권이 이달 발행하는 1조2,6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전량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 회사채 수요예측에 1조5,950억원의 주문이 몰린 배경에도 SK하이닉스 수요가 있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카드사 등 발행사들이 하이닉스의 의중을 먼저 확인하는 분위기”라며 “시장에서 수요를 광범위하게 찾을 필요가 없어지니, 사실상 채권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면서 단기자금·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조금은 나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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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2년’에 집중…ADR 상장으로 추가 실탄도 주목

매수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 연초에는 만기 1년 미만 단기물 위주였지만, 6월부터는 만기 2년 내외 여전채·공사채·은행채·회사채까지 투자 대상이 넓어졌다. NH투자증권 최성종 크레딧 연구원은 “3년물 이상에 투자할지 여부는 반도체 사이클이 관건”이라며 “당분간 만기 2년 내외에서 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변수는 또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0일(미국 현지시간 9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및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ADR 발행으로 조달한 달러가 원화로 환전돼 국내에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단기 자금 운용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한편 SK하이닉스 주가는 2025년 4월 저점 대비 1,300% 이상 급등했으며, 지난 6월 22일에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두 회사가 1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온기는 발행시장에만…금리 불확실성이 발목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효과의 한계도 분명히 짚는다. 최성종 연구원은 “채권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기보다, 위축된 수요를 만회한 수준”이라며 “6월 회사채·공사채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수요 부담을 줄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한 채권 중개인은 “발행시장에서만 물량을 받다 보니 발행은 잘 되지만, 정작 유통시장 거래는 부진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전량 매입한 뒤 재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유통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리 환경도 걸림돌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 3.94%까지 치솟아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초 3.8%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 속에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으로, 202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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