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증시의 공포 온도계가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에 따르면 이는 ‘안정’이 아닌 ‘어제보다 덜 무서운 공포장’으로 읽어야 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이날 오전 10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4.77% 급락한 80.27을 기록했다. 장중 최저치는 79.67로, VKOSPI가 8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8일 이후 7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94.25까지 치솟았던 공포…2008 금융위기도 넘어섰다
VKOSPI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91.23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 이어, 15일에는 장중 한때 94.25까지 올라섰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지난주 초 코스피 급락 과정에서 VKOSPI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국면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VKOSPI의 2010년 이후 장기 평균치는 20 전후다. 이번 90대 레벨은 장기 평균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들어 연중 평균치도 이미 53.24로, 증권가에서 통상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분류하는 50선을 웃도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전쟁·레버리지 ETF·반도체 쏠림, 공포를 키운 3중 구조
이번 변동성 폭등의 직접적 도화선은 지정학 리스크였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코스피는 ‘검은 금요일’을 기점으로 연일 급등락을 반복했고, 코스피가 하루 8% 넘게 급락하며 국내 전체 시가총액이 6000조 원대 초반으로 후퇴하기도 했다.
여기에 구조적 요인이 더해졌다.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동시 상장되면서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불었고,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한다.
VKOSPI가 치솟는 동안 차입(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이틀 새 6000억 원 증가하는 등 고위험 레버리지 자금 유입이 공포와 탐욕을 동시에 키웠다.
“통화정책 전환은 끝난 게 아니다”…변동성 재확대 가능성 상존
VKOSPI가 80선 초반까지 내려온 것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타결이 주된 배경이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진정되면서 지수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VKOSPI는 12일 89.91에서 15일 87.85, 16일 84.29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허재환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가 남아 있고 원유 생산시설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통화정책 전환은 속도의 문제이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연준이 6~7월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미 긴축으로 전환 중이며, 일본과 한국도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한편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속 순매도에 대해 허 연구원은 “펀더멘털 악화가 아닌 변동성 축소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IT 하드웨어 비중을 무리하게 줄이기보다 IT 가전, 전력기기, 기계, 조선 등 비(非)반도체 업종 비중을 높여 쏠림에서 비롯된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