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활비 월 336만원 필요
기존 계획보다 10년 더 준비해야
소비·저축·증여 시기 전면 조정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83.5세를 기록했다. 60세 남성은 향후 23.4년, 여성은 28.2년을 더 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료 기술 발달과 생활 환경 개선으로 90세까지 생존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 생명표 기준 50세 남성 10명 중 2명 이상이 90세까지, 여성은 10명 중 4명 이상이 90세를 넘긴다.
문제는 90세를 전제로 재무 계획을 다시 짜면 현재의 소비·저축·증여 계획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은퇴 후 30년, 최소 10억원 필요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가구주와 배우자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336만원, 최소 생활비는 24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11만원, 9만원이 증가한 수치다.
60세에 은퇴해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노후 생활 기간은 30년이다. 물가 상승률 1.3%와 금융자산 기대수익률 2.2%를 적용하면 총 필요 자금은 약 1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 은퇴설계 분석 결과, 52세 여성이 65세 은퇴 후 88세까지 생존하는 경우 총 9억 459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필요금액 291만원에서 공적연금 94만원을 빼면 월 197만원이 부족하다.
여기에 90세까지 생존 기간을 2년 연장하면 약 5,000만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보수적으로 은퇴 생활 기간을 길게 설정할 것을 권고한다.
소비 패턴 재조정 불가피

90세까지 산다는 전제는 현재의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50대와 60대 초반의 활발한 소비 시기에 과도한 지출을 하면 70대 이후 생활비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가계지출 금액은 50대 4,038만원, 60대 2,987만원, 70대 1,762만원, 80대 이상 1,148만원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지출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의료비와 간병비는 오히려 증가한다. 재무 전문가들은 은퇴 초기 10년과 후기 10년의 소비 계획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축과 증여 시기 조정 필수

90세 장수를 전제로 하면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시기도 늦춰진다. 70대 초반에 증여를 고려했다면 80대 이후로 미뤄야 본인의 노후 자금이 고갈되지 않는다.
은퇴 전문가들은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자금이 최소한 최종 소득의 7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연금 자산을 총 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은퇴하지 않은 가구주의 은퇴 준비율은 32%에 불과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월 100만원 안팎의 수령액이 전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90세 시대를 대비하려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 체계를 30대 이전부터 구축해야 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연금 자산을 쌓아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주택연금과 연금저축보험 같은 추가 수단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라면 만 55세 이상부터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결국 90세까지 산다는 가정은 단순한 숫자 변경이 아니라 인생 전체의 재무 설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소비는 줄이고 저축은 늘리며 증여는 미루는 전략이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