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 노동력 부족 허덕이는 일본, 돈 없으면 오지마

댓글 0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선별’로
AI 생성 썸네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고령화로 허리가 휜 일본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의료·요양·건설·편의점 등 서비스 업종 전반에서 구인난이 극심한 상황인데도, 일본 정부는 외국인의 장기 체류 문턱을 대폭 높이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람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절박함과 ‘아무나 받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日, 영주권 수수료 등도 대폭 올린다…"외국인 정책 재원 활용" | 연합뉴스
日, 영주권 수수료 등도 대폭 올린다…”외국인 정책 재원 활용”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수수료 최대 2900% 인상…사실상 저소득 외국인 퇴출 신호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10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영주권 및 비자 관련 수수료의 대폭 인상이다. 영주권 신청 수수료는 기존 1만엔(약 9만5000원)에서 최대 30만엔(약 280만원)으로 올랐다.

외국인에 문턱 높이는 日…"의료비 10만원 체납시 재입국 거부" | 연합뉴스
외국인에 문턱 높이는 日…”의료비 10만원 체납시 재입국 거부”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인상률은 최대 2900%에 달한다. 체류 비자 갱신 수수료 역시 기존 6000엔(약 5만6000원)에서 최대 10만엔(약 95만원)으로 약 1567% 급등했다. 단순한 행정 수수료 조정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외국인,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저소득 이민자의 장기 정착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한 일본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개발도상국 출신 이민자의 정착을 막으려는 의도가 명확하다”며 “노동력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매우 비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직격했다.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선별’로…정책 축이 바뀐다

이번 조치는 일본 이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으로 읽힌다. 그동안 일본은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경제력을 갖춘 고급 인력’만 선별하는 질적 관리 체계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보수 진영은 AI와 로봇 기술로 저임금 서비스직의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로 대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의료·요양 등 대면 서비스 분야는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화 논리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강하게 반박한다.

현장 외국인들 “사실상 떠나라는 신호”…10년이 판가름할 승부

80대 노인이 스쿠터로 배달하는 日…FT "노동력 부족 위험 수위" - 뉴스1
80대 노인이 스쿠터로 배달하는 日…FT “노동력 부족 위험 수위” – 뉴스1 / 뉴스1

일본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세금을 납부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갑자기 수십만엔의 추가 부담을 지라는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체류자는 “체류 연장에 수십만엔을 추가로 부담하라는 것은 사실상 떠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의 효과가 향후 10년 안에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한다. 고령화로 허덕이는 일본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이미 심각한 구인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외국인 유입 문턱을 역대급으로 높이는 일본의 이중적 행보는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 구조 개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인력난이 이미 임계점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이 실험이 성공으로 끝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0
공유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