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최저임금 첫 판부터 ‘정면충돌’… 유통·플랫폼 업계 투자 지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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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공방의 핵심 쟁점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 연합뉴스

배달 라이더가 고객 취소로 헛걸음한 시간, 학습지 교사가 이동하며 보낸 시간은 임금이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국내 최저임금 제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배달 기사, 학습지 교사, 가정방문 설치 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이번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에서 해당 의제가 공식 의제 1순위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임위 권한 밖” vs “공짜 노동 해소” 팽팽한 평행선

사용자 측은 도급제 노동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이므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근로자로 확인되지 않은 대상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권한도 역할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은 누리면서 근로자 지위까지 요구하는 것은 유리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취하겠다는 주장”이라고 맹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인력정책본부장도 “노동계가 제시한 해외 사례는 모두 ‘임금(wage)’이 아닌 ‘보수(payment)’ 방식으로, 세계 어느 국가도 도급계약을 최저임금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반면 노동계는 현장의 ‘무임금 노동’ 실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많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대기 시간, 이동 시간, 고객 취소로 인한 헛걸음 시간에서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실태조사 공개와 임금 기준 갈등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와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 연합뉴스

안전운임제 선례가 보여준 ‘최저보수 보장’ 효과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국내 화물업계 안전운임제 시행 경과를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최저임금과 공정한 단가가 보장되자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향상됐고, 안전이 강화됐으며 이직률과 사고가 줄어드는 등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와 각종 통계, 해외 사례,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도급·유사 형태 특례 규정이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플랫폼·원청이 수수료·배차·평가 등을 통해 사실상 사용자의 역할을 하는 이상, 실질적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임금 보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견지했다.

실태조사 ‘편향’ 공방…2027년 최저임금 요구안도 격돌 예고

비공개 회의에서는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를 놓고도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사용자 측은 연구소가 노동계에 편향됐다고 지적한 반면, 노동계는 경쟁입찰을 통해 정당하게 선정된 기관이라며 자료의 외부 공개를 요구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가 최저임금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느냐는 전제부터 입장 차가 좁아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도입 기준 논의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위원회는 오는 11일 5차 전원회의에서도 도급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이후 회의에서는 사용자 측이 강하게 요구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지급 방안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 대비 2.9%(290원) 인상됐다. 노동계는 2027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경영계는 동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이 나오는 이달 중순 이후 또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하다. 도급제 근로자 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된 이번 심의는 한국 노동 제도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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