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후는 누가 책임지나” .. 월 111만원 쏟아붓는 중장년층의 숨겨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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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양에 자녀 지원까지
소득의 40% 부양비로 지출
정작 본인 노후준비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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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노후 준비 부족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은퇴를 코앞에 둔 김모(57) 씨는 요즘 잠을 설친다. 90세 부모님의 병원비와 취업 준비 중인 30대 자녀의 생활비를 동시에 부담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노후 자금은 형편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의 가계 지출을 들여다보면 매달 노부모에게 50만원, 성인 자녀에게 70만원씩 총 120만원이 빠져나간다. 월 소득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지만 멈출 수 없다.

위로는 부모를, 아래로는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세대. 이것이 대한민국 중장년층이 처한 현실이다.

샌드위치를 넘어선 이중 부담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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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노후 준비 부족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45세에서 64세 사이 중장년층의 79%가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고, 62%는 성인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중 부양 비율이다. 절반이 넘는 56%가 노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며 한 달 평균 111만원을 지출한다.

특히 노부모와 학령기 자녀를 함께 키우는 경우 월 138만원,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 부양하는 경우 평균 107만원의 경제적 부담을 짊어진다. 손자녀까지 돌보는 삼중 부양자는 월 178만원을 쓰고 있다.

문제는 소득 대비 부양비 부담률이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수입의 약 40%를 부양비로 지출하는 반면, 7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22%를 쓴다.

절대 금액은 고소득층이 많지만, 체감 부담은 저소득층이 훨씬 크다.

N포 세대 자녀, 독립은 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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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노후 준비 부족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부모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자녀의 독립 지연이다.

국무조정실 조사에 따르면 19세에서 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경제적 여유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을 포기한 ‘N포 세대’ 청년들은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로 독립 자체를 사치로 여긴다.

대학 졸업 후에도 계약직과 인턴을 전전하며 월세 70만원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결국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전세금을 모으려면 수년이 걸려 부모 집에 머무르는 ‘신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 3년 차 직장인 이모(33) 씨는 “전세금 모으려면 몇 년을 굶어야 한다. 독립이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마처세대의 딜레마, 노후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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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노후 준비 부족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960년대생은 스스로를 ‘마처세대’라 부른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들의 30%는 본인의 고독사를 우려하고 있다.

노후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묻자 89%가 본인이라고 답했지만, 실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62%에 그쳤다. 준비 방법도 국민연금이 80%로 가장 많았는데, 퇴직 후 소득절벽에 대해서는 81%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중장년층의 80%는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가장 큰 두려움은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44%)와 빈곤(35%)이다. 부모와 자녀를 부양하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 자금 마련은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은퇴 전문가들은 40대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중장년층의 절반 이상이 은퇴 후 필요한 자금 규모조차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50대 이상 가계의 부채 비율은 전체 자산 대비 40% 이상으로, 은퇴 후 이자 부담만으로도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구조적 변화 없인 해결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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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노후 준비 부족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부양 부담과 노후 불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청년층의 고질적인 취업난, 끝없이 오르는 집값,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맞물려 악순환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 설계사들은 “5060세대는 지원금이나 복지는 젊은 세대나 저소득층 이야기라고 선을 긋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 요양·의료비, 자녀 학자금, 본인 직업훈련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중장년 내일배움카드, 긴급복지지원, 성인 자녀 세액공제, 부모 의료비 공제 등 다양한 지원 제도가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두 시간만 투자해 제도를 조회해보면 향후 5~10년 현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청년 일자리 확대, 주거비 안정화, 노후 돌봄 서비스 확충 등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장년층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허리가 휘지 않으려면, 이제는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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