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누적 1만4000% 폭등의 길…SK하이닉스, 나스닥서 재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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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미국 상장
연합뉴스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56%를 보유한 기업이 시장 3위 경쟁사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현주소다. 이 역설적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신주 1779만 주를 발행해 290억 달러(약 45조 4500억 원)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7월 10일 나스닥 상장이 목표다.

이번 조달 규모는 알리바바의 2014년 미국 상장(250억 달러), 사우디 아람코의 2019년 기업공개(256억 달러)를 모두 상회하는 역대 최대 ADR 규모다.

HBM 1위가 3위보다 싼 ‘밸류에이션 역설’

이번 상장의 핵심 배경은 숫자로 명확히 드러난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97배에 불과하다. 반면 HBM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은 9.46배, 샌디스크는 10.47배로 SK하이닉스를 크게 웃돈다.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약 56%로 마이크론(약 21%)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에서 압도하는 기업이 오히려 할인된 가격표를 달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PER 6.45배) 역시 비슷한 처지로, 이는 한국 증시 특유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개별 기업의 역량과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해외에만 상장된 주식 사이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한다”며 나스닥 상장이 마이크론·샌디스크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은 SK하이닉스가 SEC 제출 서류를 통해 마이크론과 나스닥에서 나란히 거래됨으로써 미국 동종 기업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ADR 상장 추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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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걸어간 길…ADR은 디스카운트 특효약인가

시장은 1997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을 상장한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전례에 주목한다. TSMC는 상장 직후 아시아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아 그해 연말 주가가 38% 급락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단기 충격을 견뎌낸 TSMC는 파운드리 모델의 효율성이 입증되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외주가 늘어나면서 1999년 한 해에만 ADR 주가가 285% 폭등했다. 투자정보업체 모틀리풀에 따르면 TSMC ADR의 누적 수익률은 현재 1만4626%에 달한다. 미국 기관 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밸류에이션이 미국 동종 기업 수준으로 수렴한 결과다.

다만 TSMC와의 결정적 차이도 존재한다. TSMC는 경쟁사가 거의 없는 독점적 파운드리였지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마이크론과 직접 경쟁하는 구도다. 트레이딩키는 “ADR 상장 이후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간 밸류에이션 비교가 더 투명해지면서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수렴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엔 위협인가, 메모리 섹터엔 호재인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입성이 기존 미국 메모리 기업에 미칠 영향도 시장의 핵심 관심사다.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상장이 마이크론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잭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의 앤드루 로코 주식전략가는 SK하이닉스 ADR이 주요 기술·반도체 지수 편입 자격을 갖추게 돼 패시브 ETF들의 대규모 기계적 매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 니콜라스웰스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니콜라스 대표 역시 더 많은 애널리스트 커버리지와 기관 투자자 유입으로 상장 직후 강한 매수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우존스 계열 배런스는 조달 자금 전액이 팹·장비 증설에 투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월가 온라인 매체 24/7월스트리트는 “AI 메모리 부족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두 종목을 동시에 보유하는 전략이 하나를 고르는 것보다 낫다”며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이 동반 수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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