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채권시장에서 역설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달 초장기 국고채 금리가 30bp 이상 폭등하고 중앙그룹 회생 신청 여파로 신용시장까지 흔들리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13조6000억 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10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6월 장외 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30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4.351%로 전월 말 대비 34.5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50년물도 34.7bp 오른 연 4.213%를 기록했고, 20년물 역시 18.2bp 상승한 연 4.270%로 마감했다.
반면 3년물 금리는 2.8bp 하락했고 10년물은 2.3bp 오르는 데 그쳤다. 단기물은 보합권에 머물면서 초장기물만 급등하는 전형적인 스티프닝(장단기 금리 차 확대) 장세가 펼쳐진 것이다.
환율·금통위·수급 ‘3중 악재’가 초장기물 강타
금투협은 초장기 금리 급등의 배경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초장기물 수급 부담이 동시에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스티프닝 장세가 시장의 관심이 단기 통화정책보다 중·장기 인플레이션과 재정 리스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0년물과 50년물 수요 약화로 인한 수급 부담이 단기물과의 금리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그룹 회생 신청…크레딧 시장 ‘2차 충격’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 불안이 가시화됐다. AA- 등급 3년물 크레딧 스프레드는 전월 62bp에서 67bp로 5bp 확대됐고, 비우량물인 BBB- 등급 3년물 스프레드도 643bp에서 649bp로 6bp 벌어졌다.
금투협은 “지난달 중앙그룹 회생 신청 여파로 우량·비우량 등급을 가리지 않고 크레딧 스프레드가 모두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차이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시장이 해당 회사채의 신용위험을 더 크게 본다는 의미다.
회사채 발행액은 6월 한 달간 12조6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3조7000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수요예측 참여율은 389.0%로 전년 동월 516.6%보다 127.6%포인트 급락했고, 참여 금액도 전년 대비 3조9440억 원 줄어든 8조5570억 원에 그쳤다.
외국인은 ‘역주행’…WGBI 자금, 누적 35조 돌파
국내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동안 외국인 자금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6월 한 달간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는 13조6000억 원으로, 5월 순매수(14조4000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10조 원대 중·후반 규모가 유입됐다.
특히 6월 30일 하루에만 외국인 매수 규모가 5조 원에 달해 최근 1년 일평균의 약 2.2배를 기록했다. 한국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된 3월 이후 외국인 국채 누적 순매수 규모는 35조 원에 이른다. WGBI는 FTSE가 산출하는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로, 지수 편입 시 인덱스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자동 매수가 이어지는 구조다.
일본계 자금과 각국 중앙은행·국제기구 등 다양한 유형의 투자자가 유입되고 있어 금리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외국인 수요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고는 352조4000억 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의 11.2%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