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는 급락했는데 메모리 현물가격은 오히려 40거래일 이상 연속 상승했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단기 실적 불확실성과 중장기 성장 기대가 정반대 방향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4일 SK하이닉스의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0조7천억원에서 62조3천억원으로 12%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20만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DRAM·NAND ASP 하향이 이익 전망을 끌어내렸다
이번 하향 조정의 직접적인 원인은 평균판매가격(ASP) 가정의 수정이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은 DRAM ASP를 8%, NAND ASP를 5% 각각 낮춰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조정이 SK하이닉스의 장기공급계약(LTA) 구조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매출의 약 50%는 LTA 형태로 체결돼 있다. LTA는 일정 기간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확정하는 계약 방식으로, 현물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계약 상한선으로 인해 이익 증가분이 제한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을 약 60조4천억원으로 전망하며, 시장 컨센서스(약 65조원) 대비 8% 안팎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원인으로 “LTA 체결에 따른 ASP 가정의 정상화 과정”을 지목해, 증권사들 사이에서 유사한 판단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현물가격 강세·빅테크 수주, 중장기 전망은 되레 올라
단기 실적 눈높이를 낮추면서도 중장기 전망은 오히려 강화됐다. 미래에셋은 2027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7% 증가한 3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근거로는 세 가지 지표가 제시됐다. 첫째, 16기가바이트(Gb) 기준 DDR5·DDR4 현물가격이 40거래일 이상 연속 상승하며 전고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 조정과 현물가격 강세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례적 상황이다.
둘째, 파운드리 업황의 호조다. TSMC의 6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67.9% 증가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셋째,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방향성이다. 구글의 수주잔고는 전분기 대비 92.6%, 아마존은 49.2% 증가했으며, 이 수준의 수주잔고가 한 분기 만에 급감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미래에셋의 판단이다.
HBM이 공급 구조를 바꾼다…컨벤셔널 메모리도 반사이익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가격 상승이 전체 메모리 시장의 수급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영건 연구원은 HBM 가격 상승이 HBM 생산능력 할당을 더욱 확대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LTA와 HBM향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공급 여력이 더욱 타이트해지면서 일반 DRAM·NAND 등 컨벤셔널 메모리 가격도 추가 지지를 받는 구조가 형성된다. Nomura·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이미 HBM 가격 급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400만원에서 47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