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가 50년 만의 구조적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공개 언급하면서, 그간 산업용에만 적용돼 온 시간대별 전기요금제가 일반 가정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7월 13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이 남아도는 시간에는 싸고, 피크타임에는 비싸게 요금을 책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의 개편 필요성을 직접 거론했다. 다만 “물가 관리 때문에 지금 당장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단서를 달아, 정책 전환의 속도와 시점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산업용은 이미 개편…가정용은 ‘시범’ 단계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미 올해 4월 16일부터 시간대별 개편이 적용됐다. 낮 시간대 요금은 인하하고, 저녁 피크시간 요금은 인상하는 구조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되는 낮 시간의 전력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가정용은 여전히 사용량에 따라 단가가 오르는 누진제가 기본 구조다. 현재 일부 가구가 선택적으로 이용 가능한 ‘계절·시간대별 선택요금제’는 경부하(22시~08시) 125.8~138.7원/kWh, 최대부하(16시~22시) 172.4~220.5원/kWh로 시간대에 따라 요금 격차가 존재하지만, 가입 요건을 충족한 가구만 이용할 수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제주도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편중으로 특정 시간대 잉여 전력과 부족 전력이 뚜렷이 나타나, 시간대별 가격 신호 부여의 필요성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가시화됐다.
히트펌프·에너지 캐시백…’다층 인센티브 패키지’ 가동
정부는 직접적인 요금 인상 대신 수요 패턴 변화를 유도하는 완충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히트펌프 설치 가구에 한해 내륙 지역에서도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히트펌프와 시간대별 요금제의 결합을 ‘난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핵심 정책 패키지’로 평가한다.
올해 7월부터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도 확대 시행된다. 기존에는 직전 2개년 동일 월 평균 대비 3% 이상 절감해야 캐시백을 받을 수 있었지만, 1%만 줄여도 지급 대상이 된다. 특히 7~8월 평일 오후 5~8시(피크 시간대)에 전력을 절감하면 1kWh당 최대 5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어, 사실상 시간대별 가격 신호를 요금제 개편 없이 인센티브로 구현한 구조다.
김 장관은 “산업용이 비싼 요금을 물고 있어 국제경쟁을 하는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가정용과 산업용 간 부담 재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촉각도 세워져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소매요금에 지역별·시간대별 차등이 실제 고지서에 반영되는 시점은 이르면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