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기업공개(IPO)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스페이스X가 상장 한 달여 만에 공모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장중 스페이스X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5% 하락한 134달러를 기록하며 공모가(135달러)를 처음으로 밑돌았다. 이는 지난 6월 12일 나스닥 상장 이후 최저 기록이다.
스페이스X는 상장 당시 공모 주식 수 약 5억5,560만 주에 그린슈(초과배정) 옵션까지 행사해 최종 857억 달러(약 127조 원)를 조달했다. 이는 미국 IPO 사상 최대 규모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11% 높은 150달러였고, 이후 225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최대 2조6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자산 1조 달러 이상)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스페이스X는 한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3년 만에 137억에서 1.77조 달러…’밸류에이션 점프’의 그림자
투자 열기는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급속도로 식었다. 스페이스X의 이번 급락은 비상장 시절부터 쌓여온 ‘밸류에이션 점프’의 후유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2023년 초 약 1370억 달러에서 2024년 말 3500억 달러, 2025년 말에는 비공개 거래에서 8000억 달러까지 치솟은 뒤, IPO를 통해 1.77조 달러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실적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의 2025년 매출은 187억 달러였으나 순손실은 49억 달러에 달했다. IPO 당시 기업가치는 매출의 약 94배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우주·AI 스토리텔링이 과도하게 주가에 선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닝스타(Morningstar)는 스페이스X의 본질 가치를 약 7800억 달러로 추산하며, IPO 공모 시점 기업가치 대비 약 48% 낮게 평가한 바 있다.
락업 해제와 ‘2000억 달러 회사채’…주가 하방 압력 구조화
캐피탈닷컴의 대니엘라 해손 수석 애널리스트는 “차익 실현과 가치 재평가, 극단적인 강세 포지션의 청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포투나 인베스트먼트의 저스터스 파마 CEO도 “주주 중 상당수가 유동성 확보를 원하고 있으며, 이 점이 본질적으로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인 매도 압력도 예고돼 있다. 스페이스X는 일반적인 IPO와 달리 특정 실적·주가 조건 충족 시 6개월 락업 기간 이전에도 지분 매각이 가능한 단계적 해제 시스템을 설계했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다음 달 초 첫 실적 발표 이후 2400억~5000억 달러 상당의 주식이 순차적으로 락업 해제될 수 있으며, 연말까지 1조 달러 이상의 ‘오버행(매도 대기 물량)’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여기에 CNBC는 스페이스X가 IPO 직후 20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타십 13번째 비행…기술 이정표가 주가 전환점 될까
주가의 향방을 가를 단기 변수도 있다. 스페이스X는 16일(현지시간) 오후 6시 45분(미국 동부시간)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의 13번째 통합 비행시험(IFT-13)을 실시한다. 이번 비행은 업그레이드된 V3 버전과 랩터3 엔진을 탑재하고, 스타링크 V3 위성 약 20기를 실제 투입하는 페이로드 데모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이 성공적으로 완수된다면,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달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과 달 기지 건설 등 장기 프로젝트의 기술적 현실성이 한층 높아진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