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굴욕…애플, AI 메모리 대란에 가격 인상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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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 / 연합뉴스

막강한 공급망 협상력으로 IT 업계의 절대적 ‘갑’으로 군림해온 애플이 AI 열풍이 촉발한 메모리 대란 앞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가격의 엄청난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으려 최대한 흡수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공식 인정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고급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D램 가격이 이번 분기 최대 83% 급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5년 이후 AI 인프라 투자 폭증으로 범용 D램·낸드 가격이 약 4배 가까이 뛴 데 이어, 스마트폰·PC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18 프로, 부품 원가만 25% 오른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추정에 따르면, 아이폰17 프로 기준 12GB D램 원가는 약 39달러였으나 아이폰18 프로에서는 145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256GB 낸드플래시도 13달러에서 51달러로 급등이 전망된다.

이 같은 부품 가격 상승으로 아이폰 프로 모델 전체 제조 원가는 582달러에서 726달러로 약 25%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기존에 아이폰 모델당 100달러 인상을 전망했으나, 메모리 대란 이후에는 아이폰 프로 모델의 경우 여기에 추가로 100달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상향 조정했다.

테크인사이츠는 아이폰17 프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아이폰18 프로의 적정 판매가는 1,371달러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현재 아이폰17 프로 시작가(1,099달러) 대비 약 18% 인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애플은 이달 초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가장 강력한 AI 기능 일부를 평균 가격 1,369달러인 고가 모델 3종에만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가격 인상 압력은 더욱 가중되는 구조다.

애플 가격 인상
연합뉴스

‘슈퍼 바이어’ 엔비디아에 협상력도 뺏겼다

메모리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인프라 기업들의 급부상이 꼽힌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모든 D램 제조업체로부터 수백억 달러 규모의 D램을 직접 구매하는 유일한 칩 회사”라고 공언했다.

비저블 알파(Visible Alpha)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엔비디아가 애플을 추월하고, 2년 내에는 엔비디아의 FCF가 애플의 두 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은 70%대 중반으로, 40%대 후반인 애플을 크게 웃돈다.

회계처리 구조 차이도 애플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클라우드 기업이나 AI 인프라 업체는 서버용 메모리 구매 비용을 자본지출(CapEx)로 처리해 수년에 걸쳐 감가상각할 수 있다. 반면 애플은 메모리 구매 비용이 매출원가(COGS)에 즉시 반영되기 때문에,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 매출총이익률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도이치방크의 멜리사 웨더스 애널리스트는 “D램 부족 현상은 2028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D램 생산능력이 2027년까지 30% 확대되더라도, AI용 고부가 메모리에 우선 배정되는 구조상 스마트폰·PC용 메모리는 수요 대비 최대 15%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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