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이 지난 8일 공식 SNS를 통해 여름 대표 케이크인 ‘망고시루’를 오는 10일까지만 판매한다고 공지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망고 수급 상황에 따라 판매 일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됐다”는 것이다.
수입 망고 한 알의 소매 가격이 5,791원으로 1년 새 36.3% 치솟은 현실이, 지역 인기 디저트 메뉴의 조기 종료로 이어진 셈이다.
조기·쌀·감자까지…생산비 폭탄이 밥상 물가 끌어올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조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상승했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국내 어선들이 출어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조업을 포기한 결과다.

공급 부족을 메우려고 대량 수입한 중국산 조기(부세)와 아프리카산 조기(침조기)는 고환율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막혔다. aT KAMIS 기준 이달 현재 수입 냉동 조기(부세) 평균 소매가격은 마리당 4,850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4,800원 선을 돌파했다.
쌀(+15.1%), 인삼(+14.6%), 감자(+10.5%) 등 토종 농산물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피하지 못했다. 화학비료 핵심 원료는 수입에 의존하는데, 고환율로 원자재 단가가 폭등하면서 국내 비료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농가의 생산비로 전가됐다.
여기에 농기계 유류비, 하우스 난방용 등유, 차광막·지주목의 원료인 플라스틱 가격까지 일제히 오르면서 농가의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광훈 부연구위원은 연구 보고서에서 “농식품 물가 상승은 특정 농산물 가격 급등만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비용·식품 제조업 임금 등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가공식품 최대 15%대 상승…외식 삼겹살 첫 ‘2만1천원’ 돌파
고유가·고환율의 충격은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로도 번졌다. 올해 상반기 가공식품 중 북어채 가격 상승률이 15.1%로 가장 높았다. 러시아·미국에서 수입하는 명태의 고환율에 따른 통관 단가 상승에, 장거리 해상 운송·냉동 보관 물류비까지 더해진 탓이다.
고추장(+12.1%), 젓갈(+10.5%), 단무지(+10.4%), 된장(+8.8%), 간장(+8.4%) 등 장류와 절임류도 8~1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 원재료 단가 상승에 더해 공장 열에너지 비용과 플라스틱 용기 제작비가 동시에 오른 구조가 공통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 지역 외식 물가도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기준, 삼겹살(200g 환산) 평균 가격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2만1,000원을 돌파했다. 삼계탕(1만8,154원), 냉면(1만2,615원), 비빔밥(1만1,769원), 칼국수(1만38원) 등 대표 외식 메뉴들도 모두 1만원 선을 훌쩍 넘어섰다.
식음료·외식 업계는 6·3 지방선거 직후를 기점으로 연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6일부터 12개 브랜드·44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으며, 이는 2024년 6월 이후 약 2년 만의 인상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달 9일부터 11개 외식 브랜드의 메뉴 가격을 평균 약 11% 인상했고, 메가MGC커피·이디야커피·롯데리아 등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폭락과 폭등의 역설…하반기 물가 불안 계속될 전망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간 당근(-37.8%), 양배추(-35.0%), 무(-33.7%), 양파(-19.8%), 배추(-18.5%) 등의 가격은 급락했다. 기상 호조로 공급이 넘쳐난 반면, 비료·유류비·인건비는 거꾸로 폭등하면서 농가는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이중고에 빠졌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것도 이 같은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항의였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총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의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망고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기간을 8월 15일까지 연장하고 비축 물량 방출 확대 방침도 내놓았다.
그러나 물가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망을 낙관하지 않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국제 유가 하락분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데다 고환율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여름철 폭염과 장마로 작황이 나빠지면 채소·과일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물가협회 임상민 생활물가팀장도 “누적된 고환율·고원가 요소가 시장 가격 구조에 고착한 상태”라며 “여름철 기상 변수와 계절적 수요가 맞물릴 경우 장바구니 체감 물가의 상방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내외로 예상하며 유가 상승의 시차 파급 효과를 경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