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5월 나라 살림에서 세금이 작년보다 27조5천억원 더 걷혔다. 부동산 거래 회복, 기업 실적 개선, 주식 거래 폭증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정부의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는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기획예산처가 9일 발표한 ‘재정 동향’ 7월호에 따르면 1∼5월 누계 총수입은 33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조2천억원 늘었다. 반면 총지출도 353조3천억원으로 38조1천억원 증가하며 수입 증가분을 빠르게 따라붙었다.
결국 정부의 실질적 재정 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54조2천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개선 폭은 고작 68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적자 규모를 유지했다.
세목 세 곳에서 ‘트리플 호재’ 발생
세수 호조의 배경에는 세 가지 세목이 동시에 살아난 구조적 요인이 있다. 소득세는 성과상여금 확대와 부동산 거래량 회복에 힘입어 9조원 늘었고, 기업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는 3조9천억원 증가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거래대금 급증과 함께 코로나 시기 한시 인하됐던 세율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오면서 4조1천억원이 추가됐다. 국세 외에도 세외수입(+7조6천억원)과 기금 수입(+15조1천억원)까지 고르게 증가하며 총수입 확대를 이끌었다.
지출도 함께 늘었다…구조적 팽창의 그림자
문제는 지출 증가 속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총지출 증가분 38조1천억원 중 고유가 피해지원금 집행이 4조7천억원, 건강보험 가입자 상반기 지원이 4조5천억원을 차지했다.
국세 증가에 따라 지방에 자동 배분되는 교부금(+2조5천억원)과 국민연금 가입자 수 증가에 따른 연금 지출(+2조4천억원)도 지출 팽창에 가세했다.
특히 건강보험·국민연금 관련 지출은 고령화 흐름과 맞닿아 있어 단기에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 재정 전문가들은 “복지·연금·지방교부금 등 의무적·경직성 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한, 세수가 좋아지더라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채무 1345조·장기금리 상승…채권시장이 보내는 신호
5월 말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 대비 23조6천억원 늘어난 1천345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1∼6월) 국고채 발행량은 124조1천억원으로 이미 연간 총발행 한도의 55.5%를 소진했다.
6월 국고채 금리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단기물인 3년물은 중동 사태 안정화 영향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10년물은 고물가·고환율 우려 속에 오히려 상승했다.
한편 외국인 국고채 보유 잔액은 6월 한 달간 3조8천억원 증가해 원화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수요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하반기에 추가 추경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시장의 긴장감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