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과 교통비는 OECD 평균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식료품 가격이 3년 연속 OECD 38개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9일 OECD의 구매력평가(PPP) 기반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146으로 집계됐다. OECD 평균(100)보다 46% 높은 수치로, 38개국 중 스위스(14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지표에서 일본은 121, 미국은 107에 그쳤고, 프랑스(100)·독일(95.2)·영국(91.4) 등 주요 유럽 국가는 한국보다 많게는 55포인트(p) 이상 낮았다. 한국의 식료품 가격 수준이 얼마나 이례적인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년 연속 OECD 최상위권…2023년엔 스위스 제치고 1위
한국의 식료품 가격 수준은 최근 3년간 OECD 최상위권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2022년에는 152로 이스라엘(155)에 이어 스위스와 공동 2위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150으로 스위스(147)마저 제치며 38개국 중 1위에 올랐다.
2024년에는 146으로 수치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수치는 2022년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구조적으로 OECD 최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식료품·의류·교육은 비싸고, 주거·교통은 싸다’…양극화된 물가 구조
역설적인 것은 전체 소비 물가 수준은 OECD 평균을 한참 밑돈다는 점이다. 전체 소비 품목을 포괄하는 가계 최종 소비(HFC) 물가지수는 78로 38개국 중 23위에 불과하다.
이는 주거(54.7)·교통(75.3)·여가·문화(80.7)·음식·숙박(93.6) 등의 가격이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반면 의복 및 신발(115), 교육비(108)는 식료품과 마찬가지로 OECD 평균을 웃돈다. ‘집과 교통은 싸지만, 장보고 입히고 가르치는 데는 돈이 많이 드는 나라’라는 구조가 국제 통계로 수치화된 셈이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저소득·고령층에 가장 무겁게 쏠린다
이 구조가 가장 위험한 계층은 저소득층과 고령층이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식료품·의류·교육 등 ‘줄이기 어려운 필수 지출’에 써야 하는 계층일수록, OECD 최상위권의 식료품 가격은 훨씬 무겁게 체감된다.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고령 빈곤층이 주거·교통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항목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고스란히 생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