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 반도체 수출액이 1천924억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1천734억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한 해치 수출을 초과 달성한 셈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1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제90회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2026년 하반기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연간 반도체 수출이 4천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은 당초 2% 안팎에서 2.5~3.0% 수준으로 상향됐다.
세계 시장도 ‘1조달러 시대’ 첫 진입
이지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포럼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54.1% 증가한 1조2천493억달러로,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수출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약 130% 증가한 4천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반도체 통계기구 WSTS가 최근 갱신한 공식 전망은 이보다 더 공격적이다. WSTS Spring 2026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1조5천112억달러로, 전년 대비 89.9% 성장이 예상된다. 불과 6개월 전인 2025년 말 전망(9천754억달러)과 비교하면 5천361억달러가 추가로 상향된 수치다.
올해 5월 한 달 세계 반도체 매출만 1천206억달러로, 1년 전 같은 달(591억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월간 매출 자체가 ‘1천억달러 시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D램 8배·낸드 7배…가격 급등이 수출 폭증 이끌어
이번 수출 급증의 핵심 동력은 메모리 가격의 이례적 상승이다. 이 실장에 따르면 2024~2026년 D램 누적 가격 상승률은 815.0%, 낸드는 600.2%에 달한다. 3년 사이 D램 가격이 8배 이상 오른 셈이다.
WSTS도 올해 메모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50%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AI 학습·추론 서버에 쓰이는 D램과 데이터센터 스토리지에 필요한 낸드 수요가 동시에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올해 한국을 대만·태국·말레이시아와 함께 ‘AI 하드웨어 순수출 상위 4개국’으로 분류했다.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올해 16.5% 늘고,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6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기 수출도 SSD 수요와 가격 상승으로 하반기에 약 11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 산업은 역풍…’반도체 편중’ 구조의 명암
호황의 이면에는 뚜렷한 양극화가 자리한다. 철강·석유화학·섬유 업종은 중국의 과잉공급, 보호무역 강화, 생산비 상승으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도 내수(2.7%)와 생산(1.5%)은 늘지만, 해외 현지생산 확대 영향으로 수출은 0.3% 감소할 전망이다.
이 실장은 이날 포럼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며 “중국의 국가 주도 반도체 내재화 움직임이 수년 내 가격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 등 IT 업종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러한 구조적 편중이 성장의 안정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