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만에 30% 넘게 쪼그라든 ETF가 있다. 그리고 그 ETF가 코스피 전체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어당겼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 매도가 최근 코스피 급락의 낙폭을 증폭시킨 핵심 요인이라고 14일 지목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주요 기술적 지지선을 시험하다’라는 보고서에서 급락 국면 하루 동안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1억3천만달러와 15억달러를 순매도했다고 집계했다. 특히 국내 기관 순매도의 62%가 ETF 관련 청산 물량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외국인 순매도 역시 대부분 프로그램 매매 등 패시브 자금에서 비롯됐으며, 프로그램 매도 규모만 11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하락이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 구조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하루 단위로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을 수행한다. 주가가 급락하면 레버리지 비율이 목표치를 초과하게 되고, 운용사는 기초자산을 강제 매도해 비율을 재조정하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이 메커니즘이 이번 급락 국면에서 그대로 작동했다고 진단한다. 반도체 대형주 하락 → ETF 디레버리징(기계적 매도) → 추가 하락 → 재차 디레버리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장중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 ETF 일부는 하루 동안 30% 넘게 하락했고,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개의 평균 하락률은 25.6%, 삼성전자는 평균 24.6%로 집계됐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출시 이후 거래 규모가 14조원을 넘어섰으며, 개인 투자자 비중이 약 9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평균 회전율은 122.5%로, 같은 기간 다른 레버리지·인버스 ETF 평균 회전율 30.2%를 크게 웃돈다.
금감원 “전면 금지보다 진입 요건 강화” 가닥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20개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만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스템 리스크와 과열 마케팅에 우려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회전율이 최고 200%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약 130% 수준이라는 점, 연속 하락 구간에서 약 37% 손실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 등을 과열 근거로 직접 거론했다.
규제 방향은 상품 출시 전면 금지보다 투자자 진입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현행 기본 예탁금 1,000만원을 대폭 상향하고, 레버리지 배율을 현행 2배에서 1.5배 수준으로 낮추거나 순자산총액(AUM)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반도체 펀더멘털은 유효…코스피 6,800선이 1차 관문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6,800선을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이 선이 무너지면 전일 종가 대비 약 4.5% 낮은 6,500선이 다음 방어선이 되며, 이마저 이탈할 경우 6,100~6,000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하루 변동폭이 통상적인 표준편차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6,100~6,000선이 보다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락에도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은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업계의 생산능력 확대가 2028년 하반기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업황의 기초여건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