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해외 보유세 궁금”
1주일 만에 청와대 엇박자
내부 최대 1% 인상안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선진국 주요 도시와 한국의 보유세를 비교한 기사를 소개하며 “저도 궁금했다”고 밝혔다. 불과 일주일 전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보유세 관련 기사를 공유한 것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청와대 내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언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내 정책 조율 실패로 보는 시각과, 의도된 ‘관측 풍선’으로 보는 관점이 공존한다.
보유세는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기 전 시장 반응을 살피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보유세율은 0.15% 수준으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며, 청와대는 최대 1% 수준까지의 인상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 ‘엇박자’의 정치적 배경

홍익표 정무수석은 지난 17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이 직접 보유세 비교 기사를 공유하면서 청와대 내 정책 조율에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다주택자의 부동산 정책 논의·결재·보고 전 과정 배제를 SNS로 직접 지시하는 등 부동산 이슈에 강한 관심을 드러내왔다.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보유세를 “핵폭탄처럼 최후에 써야 할 수단”이라고 표현하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궁금했다”는 발언은 단순한 호기심 표현이 아닌, 정책 검토 신호로 읽힌다.
국토부 장관이 수차례 보유세 강화를 시사한 것과 달리 청와대 정무라인은 반대 입장을 보여왔는데, 이번 대통령 발언으로 정책 방향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정치권은 향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유세 인상의 정치 공학적 계산

보유세 인상은 전형적인 ‘양날의 검’이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 검토 중인 안은 초고가 주택의 경우 1주택 보유자에게도 추가 보유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자산 불평등 완화 메시지를 강화한다.
그러나 시기가 문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까지 추진하면 부동산 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거래 절벽과 시장 급락으로 이어져 중산층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 위험이 크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 지지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통령이 “준비하는 것과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언급한 것은 선제적 여론 관리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차기 총선을 향한 부동산 정책 시나리오

이 대통령은 “주택 가격 안정은 정권의 성패가 달린 일이자,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르는 일”이라고 강조해왔다.
현재 청와대는 규제 완화, 공급 확대, 금융 지원 등 다른 정책 수단을 우선 동원하되, 보유세는 최후의 카드로 남겨둔다는 전략이다.
정부 내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첫째, 현재와 같이 보유세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시그널만 계속 보내며 시장 자율 조정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둘째, 실제로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한정해 단계적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되, 1주택 실수요자는 철저히 보호하는 ‘선별적 강화’다. 보유세 인상이 실현되려면 국회 통과가 필수인데, 야당의 협조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안정과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청와대의 줄타기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