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이 2026년에도 끝내 무산됐다. MSCI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을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의 실질적인 선진국 지수 편입 시점은 최소 2029년 5월 이후로 또다시 미뤄졌다.
MSCI는 결정 배경에 대해 “한국 시장당국이 발표한 조치들을 인정한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8대 분야 39개 과제’ 로드맵을 내걸고 2026년 5월 기준 25개(약 64%)를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MSCI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핵심 걸림돌은 ‘역외 원화’…NDF 구조의 한계
MSCI가 이번 결정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지목한 문제는 역외 외환시장에서의 원화 환전 제약이다. MSCI는 “원화는 역외에서 실물 인도(delivery)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한국 밖의 국제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실물로 주고받으며 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원화는 역외 시장에서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위주로 거래된다. 글로벌 인덱스 펀드나 연기금이 한국 주식을 사고팔 때 실물 원화 환전 경로가 막혀 있어 운용 비용과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내 외환시장도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MSCI는 원화 거래시간이 야간으로 연장됐음에도 유동성이 부족해 인덱스펀드 운용사들의 외환 운용 유연성이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5년 3월 전면 재개된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새로 도입된 시장감시규정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당한 운영상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5개 ‘마이너스’ 항목…접근성 전반이 문제
이번 결정에 앞서 6월 19일 발표된 MSCI 연례 시장 접근성 리뷰는 한국 증시의 18개 평가 항목 중 전년도 6개에서 5개로 마이너스(개선 필요) 항목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투자상품 가용성’ 항목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상향 조정된 덕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 및 결제 ▲증권 이동성 등 5개 항목에서 마이너스 판정이 유지됐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계좌 개설 절차, 영문 정보 접근의 한계, 글로벌 대비 덜 자동화된 결제·청산 시스템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MSCI는 “잠재적 시장 재분류를 위한 협의가 이뤄지려면 제기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개혁이 완전히 시행되며, 시장 참가자들이 변화의 지속적 효과를 평가할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다음 기회는 2027년…”2029년 편입 가능” 기대감은 유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요건상 관찰대상국에 최소 1년 이상 등재돼야 승격 심사 대상이 된다. 올해 관찰대상국 등재가 무산된 만큼 다음 기회는 2027년 6월 리뷰다. 2027년 관찰대상국 등재가 성사되면 편입 발표는 2028년 6월, 실제 지수 반영은 2029년 5월 말이 된다.
정부는 다음 도전을 위한 포석을 이미 깔아두고 있다. 오는 7월 6일부터 원·달러 외환거래를 24시간 무중단 방식으로 운영하고, 2027년부터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직접 개설해 운용할 수 있는 ‘역외 원화 결제망’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정책 가이던스 상당 부분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확인됐다”며 “역외 외환시장 활성화 등이 본격화하는 2027년 평가에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미완료된 과제들이 외환 완전 개방, 역외 결제망 실제 가동 등 이행 난이도가 높은 핵심 항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본다. 선진국 지수 편입이 확정될 경우 패시브 자금 기준 최대 44조원 순유입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신흥국 추종 자금의 이탈 변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