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총액 1위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5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최소 200억 달러(약 30조3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수요가 급격히 몰리면서 실제 발행 규모는 250억 달러(약 38조 원)까지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85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발행 규모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요가 집중된 셈이다.
AA 신용등급 유지하며 30년물 ‘장기 자금’ 확보
이번 회사채는 만기 2년에서 30년까지 다양한 구간으로 나뉜 다중 트랜치(tranche) 구조로 설계됐다. 최장기물인 30년물의 금리는 미국 국채 대비 0.9%포인트(90bp) 높은 수준에서 논의됐으며, 주관사로는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가 참여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로버트 시프먼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장기 채권 발행을 통해 현재의 AA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략적 AI 파트너십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용등급 훼손 없이 최적의 레버리지 포지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이번 조달 자금을 기존 미지급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AI 생태계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 자금 확보라는 병행 목적이 있다고 본다. 채권 발행 소식이 전해진 당일 엔비디아 주가는 약 3% 상승했다. 주식 희석 없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주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AI 회사채 러시’의 대미(大尾)…상반기에만 수천억 달러 쏟아져
엔비디아의 이번 발행은 2026년 상반기 내내 이어진 빅테크 회사채 러시의 상징적인 마지막 장면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 알파벳과 애보트가 각각 200억 달러, 오라클이 250억 달러 회사채를 발행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3월에는 아마존이 370억 달러, 세일즈포스가 250억 달러를 조달했고, 4월에는 메타가 2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6개월 사이 주요 빅테크가 채권시장에서 끌어모은 자금만 단순 합산해도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버블인가, 전략적 레버리지인가”…시장의 시선 엇갈려
이 같은 대규모 회사채 발행 행렬을 두고 시장에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로 발행한 채권으로 기존 부채를 상환하고 다시 투자에 나서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순환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과도한 부채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긍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채권 전문가들은 “인터넷·모바일 전환기 때처럼 초기 과투자가 산업 인프라를 형성하고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며, 이미 현금 창출력이 검증된 AA급 기업이 장기채를 활용해 미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합리적 레버리지 활용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