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나스닥에 상장된 지 불과 사흘 만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2배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7개가 미국 증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고위험 파생상품 구조에다 일간 가격 등락 제한조차 없는 미국 시장 특성이 맞물리면서, 변동성 폭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ADR(티커 SKHY)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스닥에 데뷔해 공모가 대비 13.08% 급등한 168.49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사흘 만에 7종 출격…티커·보수 총정리
레버리지셰어즈는 13일 2배 레버리지 ETF(SKHX)와 인버스 ETF(SKHZ)를 Cboe에 상장했다. 연 보수는 각 0.75%다.
프로셰어즈도 같은 날 NYSE Arca에 2배 레버리지 상품(SKHU, 연 보수 0.95%)을 출시했다. 14일에는 그래나이트셰어즈의 2배 레버리지(SKUU, 연 보수 1.50%)·2배 인버스(SKDD, 연 보수 2.20%), REX/터틀캐피털의 2배 레버리지(HYNX, 연 보수 1.25%), 코기펀즈의 2배 레버리지 ETF가 나스닥과 NYSE Arca에 각각 상장됐다. 디렉시언의 2배 레버리지(SKHL)도 상장을 예고했으나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이들 상품은 모두 SKHY의 일간 수익률을 기초로 총수익스왑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200% 또는 -100%·-200%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운용사들은 공시에서 ‘고위험·전문 투자자 전용’임을 명시하고, 장기 보유 시 기초자산과 수익률이 크게 괴리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 메모리 레버리지 툴킷”…스페이스X 때와 같은 패턴
디렉시언은 SKHL 출시 배경으로 “세계 HBM(고대역폭 메모리) 리더를 반도체 레버리지 라인업에 추가해 AI 투자자에게 전술적 거래 도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엔비디아(NVDU·NVDD), 마이크론(MUU·MUD) 등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운용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그 반열에 오른 셈이다.
이 패턴은 이미 한 차례 목격된 바 있다. 지난달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되자마자 연동 레버리지 ETF가 봇물처럼 출시됐고, 이번 SK하이닉스에서도 거의 동일한 흐름이 재현됐다.
한국서 이미 논란된 변동성 증폭, 미국선 ‘무제한’으로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현물·선물·옵션 수급에 영향을 미쳐 본주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한국은 일일 등락 제한(±30%)이 있어 극단적 급등락에 상한이 존재하지만, 미국 증시는 이런 제한이 없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2배 레버리지 구조라도 미국 시장에서는 실적 발표나 지정학적 충격 등 대형 이벤트 발생 시 가격 변동폭이 훨씬 극단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미국 ADR과 한국 본주 간 차익거래·헤지 거래가 늘어나면서 국내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까지 ‘역수입’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