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마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스페이스X가 곧바로 25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글로벌 자산운용 거인 알리안츠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사건을 두고 시장이 이미 ‘거품 영역’에 진입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12일 나스닥 상장을 통해 약 860억달러를 조달했다. 불과 열흘여 만인 6월 23일, 당초 200억달러를 목표로 한 회사채 발행에 무려 약 700억달러 이상의 수요가 몰리자, 최종 발행액을 250억달러로 확대했다.
이 메가딜은 단순한 자금 조달 이벤트를 넘어, 현재 글로벌 크레딧 시장의 구조적 과열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호황 넘어 거품 영역으로”…알리안츠 CIO의 직격 경고
알리안츠그룹의 루도비크 수브란 CIO는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글로벌 보험 서밋에서 스페이스X의 연속 자금 조달을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았다.
그는 IPO 직후 이처럼 빠르게 초대형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시장이 “건강한 호황, 과열된 호황에서 거품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수브란 CIO는 “그 사람(일론 머스크)은 우리를 우주로 보낸다는 이유만으로 700억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돈을 손에 넣은 셈”이라며, 현재 투자자들이 실물 실적보다 미래 ‘스토리’에 지나치게 관대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식 투자자와 채권 투자자의 인내심 차이를 강조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화성까지 데려갈 수도 있겠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내 이자는 어디 있지?’라는 식”이라며, 스페이스X가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낼 경우 채권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자들보다 훨씬 덜 관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0년대 이후 최저 스프레드…”역대급 딜”이 가능했던 이유
스페이스X의 초대형 회사채 발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현재 미국 회사채 시장의 극단적인 저스프레드 환경이 자리한다. 현재 우량 기업 회사채의 금리와 미국 국채 간 가산금리(스프레드)는 0.8%포인트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스페이스X 회사채는 5개 트랜치(tranche)의 선순위 채권(Senior Notes) 구조로, 만기는 2031년에서 2056년까지 분산됐다. 쿠폰금리는 만기별로 연 5.35%에서 연 6.65%에 이른다.
IPO와 이번 채권 발행을 합산하면, 스페이스X의 현금 보유액은 1,000억달러를 소폭 넘어서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조달 자금을 기존 부채 상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스타십(Starship) 로켓 개발, 스타링크(Starlink) 위성망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