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성숙해진 건가” .. 친구가 줄어드는 것, 성숙의 신호인가 고립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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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와도 무음으로 돌리고, 잡힌 약속이 취소되길 바라며, 주말에 혼자 집에 누워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이 경험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성숙해진 건가.”

줄어드는 친구, 통계가 말하는 현실

통계청 사회조사(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친구 수는 30대 4.2명, 40대 3.1명, 50대 2.4명으로 나이가 들수록 뚜렷하게 감소한다. 단순히 바빠서가 아니다.

이웃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인사를 나누는 비율도 2015년 68%에서 2024년 42%로 급감했다.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비율은 20대 41%, 30대 39%, 40대 36%로 20대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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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기 한국리서치(2023) 조사에서는 성인 76%가 “SNS에서의 인간관계가 현실보다 피곤하다”고 답했다.

SNS를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집단의 고립감은 42%인 반면, 1시간 이하 집단은 18%에 그쳤다. 모두가 파티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면 속 세상이, 역설적으로 실제 관계를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심리학이 설명하는 “사회적 에너지 재조정”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이 제시한 사회정서선택이론은 이 현상을 정면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간단하다. 인간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할수록, 관계의 수보다 질을 택한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퇴보가 아니라 최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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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융(Carl Jung)이 정의한 내향성과 외향성 개념도 이와 맞닿아 있다. 내향적 인간은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충전하고, 외향적 인간은 타인과 함께할 때 충전된다.

성격의 우열이 아니라 에너지 방향의 차이다. McCrae와 Costa의 성격 빅파이브 메타분석(2003)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외향성은 감소하고, 성실성과 친화성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관계를 줄이되, 남은 관계에 더 깊이 헌신하게 된다는 의미다.

“성숙”이라는 이름의 함정, 어디서 선을 그을 것인가

그러나 심리학계는 경고를 빠뜨리지 않는다. 미국 공중보건국장 비벡 머시(Vivek Murthy) 박사는 2023년 보고서에서 “관계 축소가 우울증·불안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신건강의학회(2024) 역시 20~30대의 관계 회피 관련 상담 사례가 5년 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핵심 구분은 이렇다. ‘이 관계가 나에게 해롭다’는 능동적 판단에 따른 단절은 건강하다. 반면 ‘모든 관계가 힘들다’는 수동적 방어는 위험 신호다.

하버드대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 교수는 사회적 관계가 최소화된 집단의 우울증 유병률이 34%로, 일반 집단(12%)의 세 배에 달한다고 경고한다. “혼자가 편하다”는 감각이 성숙의 언어로 포장될 때, 그것이 진짜 선택인지 회피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관계에는 유통 기한이 있다. 10년을 알고 지냈다는 사실이 지금의 관계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억지로 연장하는 관계는 기대를 낳고,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

놓아주는 것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정하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판단의 전제는 스스로에 대한 솔직한 질문이어야 한다. 줄어든 친구가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점점 더 좁아지는 세계 속에 갇혀가고 있는가. 그 답이 성숙과 고립을 가르는 진짜 경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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