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과학화예비군 훈련장 공개
‘실전 정예 전력’으로 재편
수도권-지방 시설 격차 해소 과제

서울 서초구 과학화예비군 훈련장에서 700여 명의 예비군이 VR 고글과 모의 소총을 들고 3면 멀티스크린 앞에 섰다. 화면 속엔 한남대교와 코엑스가 보인다.
갑자기 적군이 나타나고, 예비군들은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이곳은 게임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예비군들의 새로운 훈련장이다.
육군이 4일 공개한 과학화 예비군 훈련은 기존의 ‘형식적 훈련’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12년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2014년 금곡 훈련장 1곳으로 시작한 과학화 훈련장은 현재 29곳까지 확대됐고, 올해 목포·대전·칠곡·영천·안동에 5곳이 추가로 준공되면서 중장기 목표인 40곳 체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변화의 핵심은 명확하다. 예비군을 단순 동원 인력이 아닌 ‘정예 전력’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숫자 이면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수도권 한강 이북은 시설이 우수하지만, 남부 지방으로 갈수록 훈련장 부지 협소로 실내 교육으로 대체되는 현실은 지역 간 훈련 격차를 낳고 있다.
평면 스크린에서 3면 멀티로, 몰입도가 실전력을 결정한다

과학화 훈련의 백미는 VR 영상모의 사격이다. 기존 평면형 스크린에서 3면 멀티스크린으로 전환하면서 시야각이 넓어졌고, 실제 도심 환경(서초역, 코엑스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도심 전투 상황을 반복 숙달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쏘고 맞추는’ 훈련이 아니라, 복잡한 시가지에서 적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판단력까지 훈련하는 구조다.
마일즈(MILES) 교전 훈련 장비는 실탄 없이도 실전과 유사한 전투를 가능케 한다. 레이저 신호로 피격 여부를 즉각 확인하기 때문에 시가지 전술훈련에서 아군과 적군의 교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재현한다.
여기에 감지기를 부착한 드론을 공중에 띄워 대공사격 훈련까지 실시하는데, 이는 현대전에서 드론이 핵심 위협으로 부상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ICT 심폐소생술 시뮬레이터, ‘살리는 훈련’도 첨단화

전투력만큼 중요한 건 생존력이다. 심폐소생술 실습관에 도입된 ICT 스마트 시뮬레이터는 예비군이 흉부 압박을 실시하면 전면 화면에 압박 깊이와 속도를 실시간 표시한다.
기준에 미달하면 즉시 보완 사항이 안내되는 구조다. 과거 ‘대충 눌러보는’ 형식적 응급처치 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전장에서의 ‘골든타임’ 확보가 생사를 가르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현대전에서 응급처치 능력은 전투원의 필수 역량이다.
육군은 이 시스템을 통해 예비군의 응급처치 숙련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반복 훈련을 통해 실전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40곳 체제 완성 후 과제, ‘지역 격차 해소’가 관건

육군은 중장기적으로 과학화예비군 훈련장을 전국 40곳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심·산악·해안 등 다양한 작전 환경을 훈련장에 반영하고, 소부대 전술훈련과 드론 운용, 비정규전 대응 훈련을 연계해 예비군의 실전 대응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한강 이북과 남부 지방 간 훈련장 시설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후방 지역으로 갈수록 훈련장 부지 협소로 인해 시가지 전투 훈련 시설이 부족하고, 실내 교육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40곳 체제가 완성되더라도, 각 훈련장의 질적 수준을 균등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수도권 집중’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예비군 과학화 훈련은 단순한 ‘장비 업그레이드’가 아닌, 예비군을 ‘동원 숫자’에서 ‘실전 전력’으로 재정의하려는 전략적 전환이다.
12년간 29곳의 훈련장을 구축한 노력이 전국 40곳 체제로 완성되고, 지역 격차까지 해소된다면, 대한민국 예비군은 명실상부한 ‘정예 예비전력’으로 거듭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