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달기사에게 ‘그릇 설거지’를 시켰나…프레시백 ‘공짜노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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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백 공정위 신고
참여연대, 연합뉴스

하루 100~200개의 보냉백을 수거하고, 분해하고, 정리해서 지정 장소에 갖다 놓는다. 그런데 그 대가는 없다. 쿠팡 배달 노동자들이 이 같은 ‘계약 밖 노동’에 반기를 들었다.

전국택배노동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는 6월 17일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와 춘천 지역 영업점 ㈜하하물류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혐의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다.

발단은 ‘로켓프레시’ 춘천 신규 도입

갈등의 씨앗은 올해 3월 뿌려졌다.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가 강원 춘천 지역에 처음 도입되면서부터다. 로켓프레시는 배송 시 사용하는 보냉백, 이른바 ‘프레시백’을 배달 후 다시 회수해 재사용하는 구조다.

문제는 쿠팡이 사전 합의 없이 조합원들에게 프레시백 관련 업무를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대리점인 하하물류는 곧바로 위수탁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를 ‘보복성 계약 해지’로 규정하고 있다.

건당 100원, 하루 1시간 ‘무급 노동’의 실체

쿠팡 프레시백 추가 업무
참여연대, 연합뉴스

노조가 주장하는 실제 업무 범위는 상당하다. 배달 기사들은 하루 100~300개의 프레시백을 수거한 뒤, 분해하고 청소해 펼친 상태로 적재한 다음 쿠팡이 지정한 장소까지 직접 운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하루 1시간 이상의 추가 노동이 발생한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보상 구조는 더욱 논란을 키운다. 프레시백 ‘회수’에 대해서는 건당 100원이 지급되지만, 분해·세척·적재 등 후속 작업에 대해서는 별도 수수료가 없다. 하루 200개를 회수해도 회수 수수료는 2만 원에 불과하고, 정작 시간이 걸리는 정리 작업에는 아무런 대가가 없는 셈이다.

위수탁계약서에도 해당 수수료 항목은 명시돼 있지 않다고 노조는 밝혔다. 참여연대 김단영 실행위원은 “계약서에 없는 일을 충분한 대가도 없이 강요하고, 거부하면 보복한 행위”라고 이번 신고의 요지를 설명했다.

쿠팡 “계약에 포함”…세척은 전담 인력이 담당

쿠팡CLS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프레시백 회수·반납 업무 자체는 쿠팡CLS와 위탁배송업체 간 계약에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문제 삼는 세척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문 설비와 전담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회수·반납은 계약 내 업무’이며, ‘세척은 기사 몫이 아니다’라는 논리다.

하지만 현장의 실태와 회사 측 설명이 엇갈리는 지점이 이번 공정위 심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위수탁계약서에 프레시백 업무가 ‘회수·반납’에 한정돼 있는지, 아니면 분해·적재까지 포함하는지가 쟁점이다. 또 업무 거부 직후 계약이 해지됐다는 시간적 선후 관계가 ‘보복성’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택배 ‘공짜 분류노동’ 악몽의 재현인가

이번 사안은 2020년 이후 사회를 달궜던 택배 ‘공짜 분류노동’ 논란과 판박이 구조를 가진다. 당시 CJ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사에서 기사들이 계약에 없는 분류 작업을 무급으로 떠맡아야 했고, 거부하면 물량 배정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분류 인력 투입과 수수료 조정이 이뤄졌지만, 업계의 구조적 관행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번 프레시백 사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플랫폼·물류 업체의 위탁·특수고용 구조에서, 사실상 사용자의 지시를 따르면서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사들이 공정거래법을 통해 권리 구제를 모색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신고를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인정할 경우, 퀵커머스·새벽배송 등 다회용 포장재를 활용하는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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