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와 진보가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두고 100분을 마주 앉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4월 17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갖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는 ‘통합 행보’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던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홍 전 시장을 향해 “미국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한 잔 나누자”고 적은 지 약 1년 만에 이 약속이 실현됐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두 사람은 10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눴고, 홍 전 시장은 회동 후 막걸리로 반주를 함께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직접 확인했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의 배경을 “보수와 진보가 함께하는 국민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TK 신공항에 MB 예우 복원까지…홍준표의 요구
홍 전 시장은 이 대통령에게 두 가지를 직접 요청했다. 지지부진한 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한 정부의 적극 지원과, 2020년 징역 17년이 확정되며 박탈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 예우 복원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형 확정 이후 연금과 비서관 지원 등 전직 예우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두 요청 모두에 즉답하지 않았다. 회동 자체가 홍 전 시장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청와대도 구체적인 대화 내용 공개를 일체 거부했다.
입각설 솔솔…여권 핵심 “가능성 배제할 필요 없어”
오찬을 전후로 홍 전 시장의 국무총리 입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동 당일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이제 70대 황혼기에 들어섰다. 붉게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처럼 내 마지막 인생은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보수 논객 서정욱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홍 전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날 때도 총리를 원했다”며 “오찬에서 자리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홍 전 시장의 이재명 정부 내 역할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통합 인선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이번 회동이 단순한 의례적 만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회동에는 또 다른 정치적 계산도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전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공개 지지하며 “대구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사람도 김부겸밖에 없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이 홍 전 시장을 만남으로써 김 전 총리를 측면 지원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결국 이번 막걸리 오찬은 국민 통합의 상징적 제스처이자, TK 민심 관리와 지방선거 전략, 입각 가능성까지 복수의 정치적 변수가 얽힌 자리였다.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놓느냐에 따라 보수 진영과의 연대 구도가 선거판을 가르는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