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군수 기업 명단에 올랐다. AI 검색의 바이두, 전기차 공룡 BYD, 메신저 제국 텐센트까지 한꺼번에 포함됐다. 미국 국방부가 민간 첨단 기업들을 사실상 인민해방군(PLA) 지원 세력으로 공식 선언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국방수권법(NDAA) 1260H조에 따라 총 188개 중국 기업을 ‘중국군 지원·연계 기업’ 명단에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1260H조는 미국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운영되는 중국 군사 기업을 식별해 목록화하도록 국방부에 법적 의무를 부여한 조항이다.
즉각적인 수출 통제나 자산 동결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명단 기업과의 직접 계약이 금지되고, 2027년부터는 제3자를 통한 간접 조달까지 차단된다. ‘정보 리스트’가 아니라 사실상의 ‘퇴출 예고장’이다.
AI·반도체·EV·바이오…첨단 산업 전방위 포위
이번 명단의 특징은 전통 방산 기업이 아니라 민간 첨단 산업 전반을 망라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를 “중국 AI를 이끄는 세 챔피언”으로 지칭하며, 이번 지정이 중국의 AI 굴기를 정면 겨냥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 YMTC와 D램 제조사 CXMT가 재등재됐다. 두 기업은 지난 2월 발표된 예비 명단에서 제외돼 미국 내 대중 강경파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확정 명단에 다시 포함되면서 “대중 강경 기조 복원”이라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로봇·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선도 기업 유니트리와 AI 기반 자율주행·라이다 솔루션 업체 로보센스가 포함됐다.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는 글로벌 CRO(수탁연구) 대기업 우시앱텍이 신규 등재됐다.

“민·군 복합 기여자”…군민융합 전략의 제도적 차단
국방부가 명시한 지정 사유의 핵심 키워드는 ‘민·군 복합 기여자(civil-military fusion contributor)’다. 알리바바·바이두는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와 연계된 방위산업 기반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BYD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 및 MIIT와 직·간접 연계된 기업으로 각각 규정됐다.
YMTC·CXMT에는 SASAC의 간접 소유와 함께 국방과학기술공업국(SASTIND) 연계까지 명시됐다. 중국이 공식 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군민융합(軍民融合) 정책을 미국이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구조다. 국방부는 “1260H조 외의 다른 권한에 근거해 추가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명시해 향후 투자 제한·수출 통제로의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발표 직후 시장도 반응했다. 바이두 주가는 약 2.3% 급락했고, 알리바바와 BYD도 각각 0.5% 안팎 하락했다. 직접 제재가 아님에도 투자자들은 이번 지정을 ‘추가 제재의 초기 신호’로 읽은 것이다.
2월 철회 명단의 귀환…기업들 법적 대응 예고
이번 확정 명단은 정치적 굴곡의 산물이기도 하다. 지난 2월 13일 연방 관보에 게재됐다가 불과 수분 만에 국방부 요청으로 철회된 명단이 재정비돼 돌아온 것이다. 당시 예정됐던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실제 회담은 이란 전쟁 여파로 연기돼 지난달 15~16일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알리바바·바이두 등은 2월 당시 “민간용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며 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신규 등재된 우시앱텍 대변인도 로이터를 통해 “명백한 실수”라며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중국 민간 첨단 산업이 PLA 지원 생태계의 일부라는 미국의 인식을 제도화한 이정표다. 2026년 말 직접 계약 금지, 2027년 간접 조달 차단으로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미·중 기술 전쟁의 전선은 AI·반도체·전기차·바이오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