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한국에 문을 연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 벌어진다. 스타벅스코리아 전국 모든 매장이 오는 22일 오후 3시에 일제히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전 직원이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받는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촉발한 전례 없는 조치다.
신세계그룹은 15일, 정용진 회장과 이마트 부문 계열사 임원 및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규모의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에 진행된 텀블러 할인 프로모션 ‘탱크데이’가 발단이었다. 해당 행사 홍보물에 사용된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고, 5·18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행사를 즉시 중단했고, 정 회장은 5월 19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회장부터 매장 직원까지…단계별 교육 일정 공개
교육은 계층별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정 회장은 오는 24일 사장단 회의에 앞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이수한다. 이마트 부문 계열사 임원과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직원은 17일 사내연수원 신세계남산에서 오프라인 집합 교육을 받는다.
매장 직원들은 22일 오후 3시 조기 영업 종료 후 각 점포에서 17일 강연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으로 교육에 참여한다. 이마트 등 기타 계열사 직원들은 7월 1일부터 2주간 온라인으로 같은 내용을 수강한다.
역사 인식 교육은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담당한다. 1950년대 이후 주요 근현대사 사건을 짚고 올바른 역사 인식의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사회적 감수성 교육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아, 기업 마케팅 활동에서 역사·노동·젠더·인권 이슈를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강의한다.

미국 사례가 기준점…8,000개 매장 폐쇄 선례
이번 조치는 미국 스타벅스의 선례가 직접적인 비교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논란 직후 SNS를 통해 “2018년 필라델피아 인종차별 사건 당시 미국 스타벅스는 전국 8,000개 이상의 매장을 닫고 직원 17만 9,000명에게 편견·다양성 교육을 실시했다”며, 스타벅스코리아에도 동일한 수준의 대응을 촉구했다. 당시 미국 스타벅스의 영업 손실은 약 2억 달러(한화 약 2,000억 원)로 추산된 바 있다.
‘체크리스트’부터 다중 승인까지…마케팅 프로세스 전면 개편
스타벅스코리아는 재발 방지를 위해 마케팅 심의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기존에는 기획 단계에서 위법성과 브랜드 적합성 위주로 검토했으나, 앞으로는 역사·기념일·정치·재난·군사·젠더·폭력·혐오표현 등을 포함한 ‘사회적 민감도 체크리스트’를 기획 단계부터 필수 적용한다.
검수 절차도 강화한다. 마케팅 콘텐츠 출시 직전 마케팅 담당 부서는 물론 품질·법무 등 관련 부서장이 최종 검토하는 다중 승인 시스템을 신설하고, 누가 어떤 의견을 내고 최종 승인했는지 이력을 기록·관리하는 방식으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사회공헌 활동도 방향을 조정한다. 사회공헌 기금을 조성해 근현대 역사 유적지 인프라 개선과 국가 기념일 연계 사업에 활용하고, 초·중·고 역사 현장 체험학습 지원, 대학 역사 탐구 동아리 후원 등 미래 세대 역사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