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OTT, 음악 스트리밍, 각종 렌탈까지 구독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소비자가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해지 버튼을 숨기거나 자동 연장을 눈에 띄지 않게 설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9월, 구독 내역 한 화면에서 본다
정부는 19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열고 ‘구독 및 여가·문화 서비스 중심 생활밀착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구독 서비스 통합 조회 인프라 구축, 다크패턴 규제 강화, 렌탈·공연·항공 등 주요 분야의 정보 투명성 제고다.
우선 금융보안원의 ‘안심 제공 시스템’을 활용해 여러 플랫폼에 흩어진 구독 내역을 한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왓섭(WhatSub)’이 오는 9월경 금융 정보를 통합·연계한 정기구독 관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러 앱에서 결제 중인 구독 서비스를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해지까지 처리할 수 있다.

다크패턴 과태료 두 배로, 전기통신사업법에도 금지 규정
구독 해지를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다크패턴에 대한 법 집행도 대폭 강화된다. 전자상거래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위반 시 과태료 상한을 현행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두 배 올린다.
연말까지는 전기통신사업법에도 다크패턴 금지 규정을 신설한다. 서비스 내용 변경 등 중요한 계약 사항이 바뀔 때 사전 고지와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안은 내년 1분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상한 인상이 대형 플랫폼에는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규정 신설은 통신사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는 것이어서 실질적인 억제력을 가질 것으로 평가된다.
렌탈 총비용 표시 확대·시야제한석 고지 의무화
현재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 7개 품목에만 적용되는 렌탈 총비용 표시 의무가 연말까지 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생활가전으로 확대된다. ‘월 3만 원’이라는 광고만 보고 계약했다가 수년간 총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을 뒤늦게 아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공연·스포츠 관람에서 무대나 경기장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야제한석은 내년 1분기 중 고시 개정을 통해 티켓 예매 단계에서 반드시 표시하도록 의무화된다. 현재는 사전 안내 의무가 없어 소비자가 뒤늦게 낭패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취소율이 높은 항공사에 내년부터 운수권 배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도입된다. 유가 상승 등을 이유로 예고 없이 운항을 취소하는 관행에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항공교통서비스평가 업무지침 개정은 올해 3분기 중 이뤄진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를 구독 방식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도 활성화된다. 소비자가 차체만 구입하고 차량 가격의 약 40%에 해당하는 배터리는 구독료를 내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오는 10월 무렵 배터리 리스 모델 약 2,000대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이 밖에 반려동물이 죽으면 장례 차량이 방문해 사체 수습부터 화장, 유골함 전달까지 일괄 처리하는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도 연말께 본격 도입된다. 마을기업·협동조합의 농어촌 빈집 민박 운영 허용, 공인중개사의 관리비 설명 의무 신설, 자율주행 수요응답형(DRT) 버스의 내년 2분기 운행 개시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주환욱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관은 “생활밀착형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패키지는 단발성 규제를 넘어 구독경제 시대의 소비자 보호 체계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려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