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도 늦지 않았습니다
노후 생활비, 70% 공식 비밀

은퇴 후 필요한 돈이 10억이라는 말에 김모씨는 밤잠을 설쳤다. 올해 55세인 그는 퇴직을 5년 앞두고 노후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현재 모아둔 돈은 2억원 남짓으로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금융회사 상담을 받은 김씨는 은퇴 후 30년을 살려면 10억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막막한 마음에 노후 준비를 아예 포기할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밤마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노후에 월 35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은 23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금액의 66%밖에 준비하지 못하는 셈이고, 이런 현실이 중장년층의 노후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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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자금, 정말 10억이나 필요할까?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한 계산법

하지만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노후 생활비 계산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평균치에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고, 자신의 소비 패턴과 생활 방식을 고려해 계획을 세우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핵심은 지금 쓰는 생활비의 70%를 기준으로 잡는 것이다. 은퇴 후에는 출퇴근비용이 사라지고 자녀 교육비가 줄어들며 저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현재보다 생활비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만약 현재 월 생활비가 400만원이라면 은퇴 후에는 28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은퇴 기간을 곱하면 필요한 총 금액을 알 수 있는데, 65세에 은퇴해서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20년간 6억 7200만원이 필요하다.
10억원보다 훨씬 현실적인 숫자다. 이 계산법은 일반적으로 은퇴 이후에는 소비가 약 5% 줄어들고, 저축을 하지 않아 평균 8%가 절감되며, 세금 역시 줄어들어 종합적으로 12% 정도가 감소한다는 통계에 근거한다.
3단계로 내 노후 생활비 계산하기

1단계는 현재 생활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식비, 주거비, 의료비, 교통비 등 주요 항목을 연 단위로 계산한 뒤 12로 나누면 사계절 변동을 반영한 정확한 월 생활비를 알 수 있다.
2단계는 은퇴 후 달라질 지출을 예상하는 것이다. 자녀가 독립하면 교육비와 식비가 줄어들고 출퇴근비도 사라지는 반면, 의료비와 여가비는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3단계는 나이에 따른 생활비 감소를 반영하는 것이다. 70세까지는 계획한 생활비의 100%를 유지하지만 70대에는 70%, 80세 이후에는 50%만 필요한데, 이는 활동성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지출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평균치만 믿지 말고 내 상황 고려해야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268만원에서 350만원 사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일 뿐 개인차가 크며, 서울에 사는 부부는 월 337만원이 필요하지만 지방은 284만원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퇴 후 여행이나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경우 오히려 생활비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야 한다.
노후 재무설계 전문가는 “은퇴 직전 사용하는 생활비의 70~80% 정도로 은퇴 생활비가 예상된다면 무리 없는 수준”이라고 조언한다.
숨은 지출 항목도 꼼꼼히 챙겨야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비소비지출이다.
경조사비, 세금, 건강보험료 등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고정비용인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의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63만 4000원으로 연간 760만원에 달한다.
특히 50대부터 60대는 주변 지인의 경조사가 많은 시기라 이 부분 부담이 크다. 또한 직장을 다닐 때보다 건강보험료 부담이 높아질 수 있는데 특히 일정 수준 이상 자산을 보유한 경우 더욱 그렇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46.6%가 식비를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 항목으로 꼽았다.
생활비의 가장 기본 항목인 식비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은 고령 가구의 은퇴 준비가 취약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

노후 생활비를 계산했다면 이제 받을 수 있는 돈을 확인할 차례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177만원이지만 평균 수령액은 60만원에 불과해 부족분 117만원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 추가 수입원을 마련해야 한다.
KB금융지주 조사에서도 노후 생활비 조달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응답자가 88.6%로 가장 많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컸다.
지금 당장 시작하면 늦지 않다

노후 재무 전문가는 “50대가 되면 은퇴 준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주요 지출 항목 위주로 희망하는 은퇴 생활비를 계산해보고 준비할 수 있는 은퇴 자산으로 충분한지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나이대별로 필요한 노후 준비 방법이 다르다”며 “40-50대라면 각종 연금계좌와 세금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60-70대라면 안정적인 자산 관리와 의료비 대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앞서 언급한 김씨는 70% 공식으로 계산한 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한다. 막연한 10억이라는 숫자 대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종이 한 장과 계산기를 꺼내 내 노후 생활비를 계산해보자.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