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5,000만 명이 1인당 평균 2개 이상의 주식계좌를 보유하는 시대가 열렸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투자자의 연령대가 ‘영아’까지 확장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포착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24일 기준 국내 전 증권사의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 877만 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9,828만 개) 대비 불과 6개월도 안 된 기간에 1,049만 개가 증가한 수치로, 2025년 한 해 동안 늘어난 1,172만 개에 육박하는 속도다.
코스피 ‘불장’이 쏘아 올린 계좌 증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 자산 10만 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 내 한 차례 이상 거래가 이뤄진 실질적 참여 계좌를 의미한다. 단순 개설 계좌가 아닌, 시장에 실제로 ‘발을 담근’ 투자자의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종목의 주가 상승이 지속됐고, 이는 신규 투자자 유입의 직접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대표 종목의 주가 상승이 투자 저변을 확대했고, 자녀 및 연금계좌 개설이 이어지면서 계좌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0~9세도 주식 계좌 개설…미성년자 투자 열풍
이번 계좌 급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성년자의 유입이다. 대신증권의 연령별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 대비 4월 0~9세 계좌 개설 증가율은 119.2%에 달했고, 10대도 같은 기간 101.1%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의 2026년 1분기 미성년자 신규 계좌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2% 폭증했다.
업계에서는 2020년 이후 투자 경험을 쌓은 30~40대 부모들이 자녀 명의 계좌를 중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결과로 분석한다. 코스피 강세장이 부모들의 ‘자녀 계좌 개설’ 의사결정을 앞당기는 심리적 트리거가 됐다는 설명이다.
IPO 따따블·서학개미 복귀도 한몫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의 활성화 수준은 2021년에 못 미치지만, 일부 새내기주들이 상장 첫날 공모가의 3배에 달하는 ‘따따블’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서는 주관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구조상, 소수 종목만으로도 계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재현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등 대형주가 연속 상장하면서 단 1년 만에 주식계좌가 2,200만 개 이상 증가한 전례가 있다. 여기에 해외 주식으로 이탈했던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국내주식복귀계좌(RIA)와 증권사 이전 이벤트도 계좌 증가에 일조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계좌 수 폭증·사상 최고치·공모주 따따블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은 과열 신호일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한다. 특히 미성년자 계좌 급증을 두고, 부모의 단기 매매 또는 공모주 청약을 위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