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을 넘어섰다. 문제는 비율 자체보다 속도다. 한국의 이른바 ‘한계기업’ 증가 폭은 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9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25년 기준 27.6%로, 2017년(11.8%) 대비 15.8%포인트 상승했다. 한계기업은 세전이익(EBIT)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 즉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 3년 연속 지속된 기업을 가리킨다.
같은 기간 주요국의 증가 폭은 미국 +9.5%p, 프랑스 +5.5%p, 영국 +2.8%p, 독일 +2.3%p, 일본 +1.9%p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절반 가까운 상장사가 ‘일시적 한계기업’
구조적 부실보다 더 넓은 개념인 ‘일시적 한계기업’, 즉 특정 연도에만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의 비중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상장사 기준 이 비중은 2017년 30.4%에서 2025년 43.9%로 치솟았다. 미국(44.0%)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프랑스(40.1%), 영국(36.7%), 독일(27.0%), 일본(9.8%)을 모두 웃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전체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25년 말 17.1%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3곳 중 1곳이 한계기업…’혁신의 그늘’
시장별로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2025년 코스닥 시장의 한계기업 비중은 32.6%로, 코스피(16.7%)의 약 2배에 달했다. 2017년 대비 증가 폭 역시 코스닥(+19.5%p)이 코스피(+7.1%p)의 2.7배 수준이었다.
업종별로는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6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36.8%), 도매 및 소매업(36.4%), 정보통신업(32.5%), 제조업(25.6%), 건설업(23.6%) 순이었다.
증가 폭은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30.0%p)이 가장 컸고, 정보통신업(+19.6%p), 도매 및 소매업(+18.6%p), 제조업(+14.4%p)이 뒤를 이었다.
‘K자 기업 구조’…반도체 호황이 가린 내수·중소의 부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교역 여건 악화, 환율·원자재·인건비 등 비용 상승, 내수 부진 등 요인들이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업종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등 대형 수출 기업의 호실적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동안, 내수·서비스·중소기업에는 부실이 집중되는 구조적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이 5.7%에서 5.8%로 소폭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32.8%에서 34.1%로 더 큰 폭으로 상승해 취약성이 중소기업에 집중된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