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유럽 전선을 지키는 주인공은 아이오닉 시리즈가 아니었다. 준중형 SUV 투싼이 2026년 4월 유럽 현대차 단일 모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그것도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합산 판매가 올해 1∼4월 전년 대비 2.4% 감소한 가운데, 투싼은 홀로 15.1% 성장세를 이어가며 그룹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유럽서 하이브리드 10대 중 6대는 투싼
올해 1∼4월 투싼의 유럽 판매량은 4만4,887대로, 전년 동기(3만8,993대) 대비 15.1% 증가했다. 특히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1만966대를 기록해 현대차 유럽 라인업 중 단연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다.
이 중 하이브리드(HEV) 5,547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1,477대로, 친환경 파워트레인 합산 7,024대가 팔렸다. 전체 판매의 약 64%가 친환경 모델인 셈이다. 올해 1∼4월 누적 기준으로도 투싼 하이브리드(PHEV 포함) 판매량은 2만7,210대로, 전체 투싼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투싼 하이브리드는 2020년 유럽 출시 이후 2023년 7만2,000대, 2024년 7만1,000대, 2025년 7만6,000대로 3년 연속 연간 7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했다. 현재 추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연간 8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밀리 SUV’로 20년 쌓은 브랜드 자산
투싼이 유럽에서 이 같은 실적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20년 이상 축적된 브랜드 신뢰도가 있다. 2004년 유럽에 첫 선을 보인 투싼은 현대차 내부 집계 기준 2017년 누적 100만대, 2025년 200만대를 돌파했으며,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12만1,523대에 달한다.
영국 BBC 자동차 프로그램 ‘탑기어(Top Gear)’는 2022년 투싼을 ‘최고의 패밀리카’로 선정했고,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 Bild)’는 같은 해 ‘최고의 수입차’ 타이틀을 부여했다.
상품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됐다. 2열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8에어백 시스템과 강화된 제동 성능으로 안전성을 높였고,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구동 모터로 주행 감각과 승차감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E-모션 드라이브’를 탑재했다.
PHEV는 불안, 신형 출시로 판세 뒤집는다
그러나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투싼 PHEV의 4월 판매량은 1,47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8% 감소했다. 중국산 PHEV의 저가 공세, 유럽 각국의 PHEV 보조금 축소, 규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PHEV를 투싼·싼타페 두 차종으로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PHEV 판매 둔화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해석된다.
세그먼트 경쟁 구도도 치열하다. 올해 4월 누적 기준 유럽 SUV 판매 순위에서 형제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가 3위, 투싼은 4위에 위치한다. 스포티지가 2023년 유럽에서 15만7,026대를 판매하며 기아 전체의 27.4%를 담당한 사실은, 하이브리드 C-SUV가 유럽 흥행의 핵심 열쇠임을 입증하는 동시에, 투싼이 넘어서야 할 또 하나의 벽이기도 하다.
업계는 올해 예정된 신형 투싼 출시에 주목한다. 라이프사이클 후반부에도 현대차 최다 판매 모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풀체인지 혹은 대규모 페이스리프트를 통한 신차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 NCAP 안전도 평가 결과와 하이브리드 연비 개선 폭이 판매·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