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채 348조달러 사상 최고
AI·국방비·에너지 전환 지출 지속

전 세계 정부들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다. 2025년 말 기준 세계 부채 총액이 348조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문제는 증가분의 3분의 1이 정부 차입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민간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정부만 빚을 내고 있는 셈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는 전 세계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을 울렸다.
지난해 글로벌 부채는 전년 대비 9%(29조달러) 증가했으며, 그 중 정부 부채가 10조달러 이상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특히 미국, 중국, 유로존 3개 지역만으로 전체 증가액의 75%를 차지했다.
3년 만에 2배 폭증한 정부 빚, 민간은 줄었는데

정부 부채의 팽창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2022년 약 58조달러였던 세계 정부 부채는 2025년 106조달러로 3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반면 민간부문의 부채는 오히려 축소됐다. 글로벌 GDP 대비 부채비율이 308%로 5년 연속 하락한 것은 가계와 기업이 빚을 줄였기 때문이지, 정부 부채는 계속 상승 중이다.
IIF는 “세계 부채 사이클이 이제 가계나 기업보다는 주요국의 지속적인 재정적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민간부문 부채 비율은 팬데믹 정점에서 하락한 반면, 공공부채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웬티포 애셋 매니지먼트의 고든 섀넌 펀드매니저는 “시장은 AI 채권에 주목하지만, 실제로 채권 공급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빚 급증 대열 합류… GDP 60% 돌파 경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GDP 대비 46.0%였던 국가채무는 2025년 49.1%로 상승했으며, 2030년에는 6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디스는 2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했지만, 향후 10년 평균 성장률이 2% 내외에 그치면서 부채비율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 심각한 것은 ‘보이지 않는 부채’다. 정부·공공기관·공적연금충당부채를 모두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D4)는 4,632조원으로 GDP 대비 181%에 달한다.
2019년 35%였던 국가채무비율이 불과 6년 만에 50%에 근접하며,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가 재정 건전성을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다.
가계신용도 2025년 4분기 1,978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정부 규제로 증가세는 둔화되는 추세다.
AI·국방비에 돈 쏟아붓는데… 부채 감축은 요원

앞으로도 정부 부채 축소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IF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방비 증액, 친환경 에너지 전환, 노후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자본지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와 금융 규제 완화도 차입 확대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이다.
주요국 재정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미국의 경우 2036년까지 공공부채 비율이 GDP 대비 1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IIF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부채를 줄일 만큼 충분한 세수를 창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을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도 국방비 증액 과정에서 민간 자본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2035년까지 정부 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18%포인트 이상 상승할 우려가 있다.
IIF는 “세계 부채 수준은 당분간 역사적 고점 부근에 머물 것”이라며 “각국 정부의 재정 정책 선택이 세계 경제 대차대조표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구조조정 없이는 부채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