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100일 만에 봉쇄 해제…’60일 무상 통항’의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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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 협상으로 본 해협 재개
호르무즈 해협 / 연합뉴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100일 이상의 봉쇄 끝에 다시 열렸다. 그러나 60일 뒤 이란이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번 재개통이 진정한 정상화의 신호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의 전주곡인지를 두고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치를 이행 단계에 올렸다. 선박 추적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MOU 체결 이후 100일 이상 발이 묶였던 선박 7척이 해협 통항을 재개했다. 이 중 5척은 중국 선박이며, 프랑스·이탈리아 선박이 각 1척씩 포함됐다. 블룸버그와 로이터는 사우디 초대형 유조선(VLCC) 3척도 이날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VLCC 한 척은 최대 2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할 수 있다. 3척이 동시에 통과했다는 것은, 지난 2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산 원유가 처음으로 이 해협을 통해 대량 수송됐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전쟁 전과 비교해 통항량은 여전히 미미하지만, 상징적 의미는 크다”고 평가했다.

봉쇄 해제, 그러나 기뢰는 여전히 해저에

영국 해군 산하 해상안보기구인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18일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critical)’에서 ‘보통(moderate)’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 중순 위협 단계를 최고 단계로 상향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그러나 UKMTO는 경고를 철회하지 않았다. 권고문에서 “해협 내 기뢰가 여전히 매설돼 있으며, 기뢰 제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해군 함정이 배치된다”고 밝혔다. 기뢰 제거함(MCMV)과 헬기, 무인 수상정이 투입되는 작전 특성상, 주요 항로에서 혼잡과 오인 충돌 위험도 상존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도 공식 성명을 통해 “이란 항만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합의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미 해군 함정들은 인근 해역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못 박았다. 봉쇄는 풀렸지만 미군의 눈은 해제되지 않은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 연합뉴스

MOU 5조의 ‘시한폭탄’…60일 후 통행료 부과 예고

이번 합의의 핵심 쟁점은 MOU 제5조에 있다. 이란은 60일간의 무상 통항 기간이 끝나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호르무즈·오만만의 서비스 체계는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규정됐다.

국제법상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상 ‘국제 항행 해협’에 해당해 모든 선박이 통항 통과권을 가진다. 연안국이 단순 통과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국제적으로 강하게 논란을 일으켜왔다. 이란 측이 ‘통행료’가 아닌 ‘서비스 비용’이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모든 통항 선박에 일률적으로 부과한다면 실질 내용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상대방이 약속을 어길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는 이란 내 강경파를 향한 대내 메시지인 동시에, 미국을 향한 억지(deterrence) 신호로 이중 해석이 가능하다.

‘살얼음판’ 정상화…에너지·안보 시장은 여전히 긴장

이번 MOU는 정식 평화협정이 아닌 양해각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위반 시 검증·제재 메커니즘도 불투명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탱커 전쟁’, 2019년 오만만 유조선 피격 사건 등 호르무즈를 둘러싼 분쟁의 역사를 감안하면, 현재의 소강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봉쇄 리스크가 줄었다는 안도감과 60일 이후 서비스 비용 부과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전쟁위험 할증보험료(War Risk Premium)와 탱커 운임이 MOU 이후 어떤 방향으로 조정되느냐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렸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뢰 제거의 완료 여부, 60일 후 서비스 비용 부과를 둘러싼 국제적 마찰, 이란 강경파와 미국 의회의 반응이 향후 이 해협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다. 세계 에너지 안보의 ‘인후부’인 호르무즈의 시계는 지금 60일을 향해 째깍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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