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자본시장이 전례 없는 기록을 새로 썼다. 6월 18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낮 12시 52분 코스피는 9,000.68을 기록했다. 8,000선을 돌파한 지 34일(22거래일) 만의 기록으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도 7,300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이후 코스피의 상승 폭은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이 11.96%, S&P500이 8.39%에 그친 것과 대조적으로, 코스피는 110%를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쌍두마차가 지수를 끌었다
이번 랠리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주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188.99% 오른 것으로 집계됐고, SK하이닉스는 287.25%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두 종목의 유가증권시장 내 비중은 각각 28.17%, 25.84%로 합산하면 50%를 훌쩍 넘는다.
인공지능(AI) 서버용 D램 수요 급증이 구조적 배경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용 D램의 경우 전체 거래의 70% 가까이가 장기계약 형태로 진행 중”이라며 “실적에 근거한 밸류에이션 정상화로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행진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해당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이 더욱 가속됐다.
유가 안정·FOMO가 ‘기름’ 부었다
거시경제 환경도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100일 넘게 시장을 짓눌러온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앉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줄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했음에도, 이미 기세가 오른 코스피의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12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는 73조원이 넘는 순매수로 맞불을 놨다. 기관 역시 34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개인과 함께 시장을 받쳤다.
상법 개정 논의와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를 자극하고, 이에 FOMO(소외 공포)까지 더해져 개인 자금의 증시 유입이 이어졌다.
10,000선 전망 속 과열 경고 공존
증권가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유진투자증권과 하나증권, KB증권은 각각 10,400·10,380·10,500을 상단으로 제시했고, DB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11,700·11,500까지 내다봤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도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0,000 돌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과열 우려도 공존한다. 지수가 신기록을 쓰는 날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 종목(349개)보다 하락 종목(526개)이 많다는 점이 쏠림 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들어 순환매가 11개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FOMO 현상을 진정시키는 요인”이라면서도 “반도체·MLCC 등 AI 밸류체인 주도주 비중 확대 전략은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레버리지 ETF 급증과 은행권 신용대출 자금의 증시 유입이 맞물린 구조가 과거 ‘빚투’ 국면과 유사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