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00 코스피’의 그늘…3거래일 연속 사이드카, ‘현기증 장세’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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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쇼크 직후 반도체 반등 기대 약화
연합뉴스

전날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다시 4%대 급락했다. 8일 매도, 9일 매수, 10일 매도 사이드카까지 3거래일 연속 발동되며,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현기증 장세’ 한복판에 빠져들었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66.11포인트(4.52%) 내린 7,730.82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7,541.11까지 밀리기도 했으며, 오후 들어 낙폭이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88.35로 마감,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5일 기록한 83.58을 이틀 연속 웃돌며 극단적 불안 심리를 나타냈다.

8,800 돌파 불과 5거래일 만에 ‘롤러코스터’

코스피는 지난 6월 2일 8,801.49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불과 5거래일 만에 약 15%가 증발했다. 6월 5일 478.82포인트(5.54%) 급락에 이어, 8일에는 676.18포인트(8.29%) 폭락하며 포인트 기준 역대 두 번째 낙폭을 새로 썼다.

8일 폭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부진한 AI 반도체 매출 전망이었다. 브로드컴 충격은 월가에서 ‘AI 거품론’을 재점화시켰고, 한국 증시의 반도체 대형주들이 연쇄 타격을 입었다. 10일에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크루소(Crusoe Energy Systems)가 빅테크 고객사의 요청으로 개발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AI 투자 사이클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또다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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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겹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미군 아파치 헬기를 격추했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한 것이 위험자산 선호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다만 장 후반 트럼프 대통령이 미·이란 협상 임박을 언급하면서 미국 증시의 낙폭은 일부 축소됐다.

외국인 23일 연속 매도·개인은 4.8조 순매수

수급 측면에서는 극명한 대비가 나타났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8,042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3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기관도 2조2,673억원을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개인은 4조8,61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홀로 떠받쳤다. 급락이 거듭될수록 개인의 저가매수 규모가 커지는 구조가 이번 장세에서도 반복됐다. 올해 초 27조4,207억원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월 5일 기준 37조8,384억원으로 약 10조원 넘게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6.06% 하락한 302,500원에 마감해 ’30만전자’를 간신히 지켰다. 전날 역대 최대 일일 상승률(15.91%)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7.54% 내린 204만8,000원에 마감, 장중 한때 199만2,0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반면 방산·조선 업종에서는 HD현대중공업(+4.74%), 한화에어로스페이스(+1.48%)가 상승했고, SK그룹과 KKR의 신재생에너지 합작법인 설립 보도가 나온 SK이터닉스는 상한가(+29.87%)로 마감했다.

“V자 반등도, 단순 변동성도 단정 못 해”…PBR 1.8배 지지선 주목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의 성격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V자 반등’도, 단순 변동성 장세도 단정하기 어렵다”며 “만약 펀더멘털 이슈로 확인될 경우 EPS 하향과 함께 가격 급락이 아닌 기간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코스피의 선행 PBR 1차 지지선인 1.8배(약 7,495포인트)에 근접했다”며 “펀더멘털 이슈와 매크로 이슈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국면에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와 오라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출 증가 등 실물 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점을 들어 이번 조정이 ‘과열 해소’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외국인의 23거래일 연속 순매도가 단순 차익실현인지, 한국 시장에 대한 구조적 비선호 신호인지에 대한 해석은 아직 엇갈린다. 미국 5월 CPI 발표가 가장 가까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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