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거나 관계가 깨지는 것보다 더 오래, 더 깊게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있다. 60세를 넘긴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고통은 바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감각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는 약 104만 명에 달한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약 29만 명으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우울감 유병률은 12.2%이며, 여성(16.1%)이 남성(8.4%)의 약 2배에 달한다.

고령층의 우울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다.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근감소증이 심한 노인의 우울감 위험은 남성 3.62배, 여성 3.33배까지 치솟는다.
근육이 줄면 일상 활동이 제한되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바꾸기 어렵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혼도 가난도 아닌’ 고통의 정체
주목할 통계가 있다. 자살 원인을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30~50대는 경제생활 문제가 1위인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육체적 질병 문제가 1위를 차지한다. 외부 조건이 아닌 신체와 연결된 내적 감각, 즉 ‘필요 없음’의 감각이 노년기 고통의 핵심임을 데이터가 방증한다.
고령층의 심리적 고통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65세 이상 인구의 10% 이상이 매일 위장약을 복용하며, 프로톤펌프억제제 사용량은 최근 5년간 52.9% 증가했다.

청년층이 정신건강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면하는 것과 달리, 고령층은 심리적 고통을 신체 증상으로만 자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사회적 개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우울 예방을 위해 성별에 특화된 근감소증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성은 근력 운동, 여성은 보행 능력 등 일상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60세 이후의 고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에 대한 감각의 문제다. 그 감각을 지켜주는 것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 전체의 관심과 구조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