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소환 거부한 젠슨 황 “의원들, 본사로 오라”…AI 패권 전쟁의 뇌관 건드렸다

댓글 0

젠슨 황 공개 청문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 연합뉴스

미 상원이 AI 반도체 패권의 정점에 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공개 청문회장으로 불러들이려 했다. 황 CEO는 이를 정면으로 거절하는 대신, 의원들에게 역으로 실리콘밸리 본사 방문을 제안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 경제방송 CNBC는 8일(현지시간) 황 CEO가 오는 11일 열리는 상원 은행위원회 AI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엔비디아 본사로 의원들을 초청하겠다는 역제안을 워런 의원에게 서한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마러라고·베이징엔 가면서” 워런의 직격탄

이번 청문회를 주도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대기업 저격수’로 통하는 인물이다. 아마존·구글·메타를 반독점·안보 논리로 반복 공격해왔으며, 대중 기술 수출에 있어 의회 내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워런 의원은 황 CEO의 거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트럼프 자택이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의 1인당 100만 달러짜리 만찬에 참석하고, 중국까지 날아가 시진핑 주석을 만날 시간은 있으면서 의회 질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공개 비판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에 동행해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 자리에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런 의원의 비판은 이 행보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젠슨 황 공개 청문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 연합뉴스

“미국 AI 패권 10년 헌신”…엔비디아의 자기 서사

황 CEO는 출석을 거절하면서도 의원들의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워런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엔비디아는 10년 전 미국 연구자들에게 최초의 AI 슈퍼컴퓨터를 설계·제작·납품했다”며 “그 이후 미국의 연구자, 학계, 스타트업, 기업들이 AI 기술 최전선에 있을 수 있도록 헌신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는 엔비디아 AI 칩의 중국 우회 수출 경로를 추궁하고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도록 압박하는 자리로 설계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CEO는 그간 “미국 기업들이 가장 경쟁력 있는 칩을 중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2025년 12월)고 주장하며, 미 정부의 기술 봉쇄 전략과 정면으로 맞서왔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중국 관련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25% 수준에 달한다는 점에서, 대중 규제 강화는 곧 엔비디아의 핵심 성장 동력을 직격하는 이슈다. “의회 청문회 생중계 대신 본사 초청”이라는 역제안은 이런 맥락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대응으로 평가된다.

한국 방문 직후 터진 충돌…SK하이닉스·네이버도 연결고리

황 CEO는 미 상원과의 충돌이 불거진 시점에 한국을 막 떠난 상태였다. 그는 4~8일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연쇄 만찬을 가졌다. SK하이닉스와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서울대에서 AI 에이전트 설계 대회에도 참석했다.

기술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비(非)중국 AI 공급망’ 구축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미국의 대중 AI 반도체 규제가 강화될수록, 동맹국인 한국 반도체·AI 기업들이 어느 수준까지 그 압박을 함께 받게 될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황 CEO의 청문회 불참으로 인해 워런 의원 등 강경파가 특정 성능 이상 AI 칩의 전면 금수, 제3국 우회 수출에 대한 제재 강화 등 더 강도 높은 입법을 밀어붙일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의회 vs. AI 인프라 제왕”의 힘겨루기가 어떤 결론을 낼지, 그 파장이 한국 공급망에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0
공유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