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1시, 브레이크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중학생들. 경찰이 출동해 적발했지만, 정작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모도, 학생도 모두 법망을 빠져나간 이 사건은 국내 자전거 안전 규제의 민낯을 드러냈다.
2026년 3월 18일 오전 1시경, 인천시 남동구 도로에서 픽시자전거를 위험하게 몰던 중학생 7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중 2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위험 운전으로 단속된 전력이 있었으며, 경찰은 이미 같은 달 8일 해당 학생들의 부모에게 경고와 함께 아동 선도를 권고한 상태였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반복 위반 학생 2명의 보호자 A씨와 B씨를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내사했다.
이번 사건은 픽시자전거 위험 운전을 이유로 부모의 형사 책임을 묻는 국내 첫 사례로 주목받았으나, 경찰은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입건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방임죄는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양육·의료·교육을 현저히 게을리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어, 자전거 위험 운전 방치만으로는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제동장치 없는 자전거, 75%가 기준 미달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 쇼핑몰과 자전거 전문점에서 판매 중인 픽시자전거 20대를 조사한 결과, 55%는 앞브레이크만 장착돼 있었고 20%는 앞·뒤 브레이크가 아예 없었다.
사실상 시중에 유통되는 픽시자전거 상당수가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로 팔리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에 대한 도로교통법 위반 적용도 벽에 부딪혔다.
도로교통법 제48조는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하고 타인에게 위험이나 장해를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경찰은 “다른 사람에게 실제 위험과 장해를 줬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제동장치 부재만으로 미성년자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도 인정한 ‘제도 개선’ 필요성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이는 현행법이 실제 피해가 발생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구조여서, 사고가 나기 전에는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다는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발언이다.
위험을 예고하는 반복된 신호가 있었음에도 법이 개입할 수 없었던 이번 사건은,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가 도심을 달리는 동안 제도 역시 멈춰 서 있었음을 보여준다. 픽시자전거 판매 기준 강화와 함께 위험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