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베트남에 고율 관세
삼성 생산기지 직격탄… 전략 흔들
애플은 면제 가능성에 이중고 우려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최고 수준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인건비가 낮아 핵심 생산기지로 활용돼 온 베트남에서의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으로서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2일(현지시각),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공개했다.
그중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맡기고 있는 베트남은 46%로 가장 높은 관세율이 책정됐다.
삼성은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삼아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이 같은 공급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애플 역시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아이폰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국도 기존 관세를 포함해 총 54%의 고율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양사는 모두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 부담이 실적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애플 예외론’ 현실화되나
애플은 이번 관세 정책의 또 다른 변수다. 애플의 아이폰은 약 85%가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중국 역시 총 54%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 대상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애플과 같은 자국 기업에 면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트럼프 1기 당시, 애플은 일부 제품에 대해 관세 면제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애플은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는 논리를 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번에도 애플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세우며 다시 한 번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미국 소비자에게 절대적인 브랜드인 만큼, 정치적 논리로 면제 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삼성전자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애플이 면제를 받게 되면 상황은 더욱 불리해진다.
현재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65%의 점유율로 삼성(18%)을 압도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삼성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 시장 점유율까지 위태로워진다.
‘빈틈’ 노리는 샤오미… 반사이익 가능성
애플과 삼성 모두 큰 충격을 입은 사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샤오미는 주력 시장이 미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관세 조치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전자 19%, 애플 18%, 샤오미 14% 순이다.
지금처럼 삼성과 애플이 미국 시장에서 주춤한다면, 샤오미가 글로벌 1위 자리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 기업의 부상을 가만히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며 “샤오미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 역시 일시적인 반사이익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세 폭풍,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이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주요 생산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은 격랑에 빠졌다. 이번 조치는 오는 9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지만,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직접 협상을 위해 고위급 인사를 미국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 문제로 추가 관세가 발생할 경우, 중국산 제품에 최대 79%의 관세가 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는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다.
특히 삼성과 애플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 전략을 조정할지에 따라, 향후 스마트폰 시장 내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