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77원 돌파
수입 소상공인 생계 직격탄
한은 금리 동결로 고환율 고착화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이 1477.1원을 기록하며 올해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명동과 남대문 일대 환전소와 수입상가 골목에는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만 출장을 앞두고 명동역 인근 환전소를 찾은 황모 씨는 “너무 심각하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남대문 인근 환전소 주인들은 내국인 환전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환전소 운영자 정모 씨는 환테크 목적 고객들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며 “금리 인하 발표에 이어 정부가 개입해도 환율이 잡힐 기미가 없으니 손님들이 더욱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 학부모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아들과 딸을 미국과 독일로 유학 보낸 부산 주민 김모 씨는 치솟는 환율을 보며 부모로서 무능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10년째 유학자금을 송금 중인 박모 씨는 지금이 최악인 것 같다며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아들이 뉴욕에서 유학 중인 이모 씨는 이제 환율 체크를 하지 않는다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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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폭등, 정부 책임인가?
수입 소상공인의 겨울

남대문 수입상가는 진열대에 상품은 빼곡하지만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얼리 가게를 운영하는 남모 씨는 환율이 꾸준히 오르면서 실제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잡화점 운영자 김모 씨는 “해외 송금액이 15% 정도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엔 중국 거래처에서도 한국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한 기업은 30.5%에 달했다. 이익이 발생했다는 기업은 19.1%에 불과했다.
고환율 장기화 우려

업계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 전체에 이익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외 생산 확대와 글로벌 분업이 커지면서 환율 효과가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2.50%로 4연속 동결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환율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금리 인하 기조 대신 인하 가능성이라는 표현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라 해외 주식투자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가 상단 기준 1.5%포인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추가 환율 상승 압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연말 전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이 84%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GDP 대비 22%로 대만(80%)이나 스위스, 홍콩(100% 이상)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이 구조적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산업별 희비 엇갈려

고환율 국면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수혜를 입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평균 0.5~1% 증가한다.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항공, 에너지 업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 영업이익이 1~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9% 상승하며, 올해 1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하락했지만 원달러 평균 환율이 2.3% 오르면서 물가를 밀어올렸다.
건설업계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건설용 수입 중간재 물가지수는 9월 기준 전년 대비 4% 상승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중간재도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환율 안정 방안 시급

전문가들은 구조적 개편 없이는 고환율 뉴노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달러가 들어오는 힘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체 해외 자산의 최대 15%까지 환헤지에 나설 수 있으며, 이를 모두 활용하면 약 115조원의 달러 매도 여력이 생긴다.
은행들은 앱을 이용한 환전이 가장 저렴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기업은행 명동역점 직원은 앱 환전 지갑을 사용하면 신청 시점 우대가 바로 적용된다며 큰 금액은 앱으로 여러 번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