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야경 명소가 된 천년 전 왕실 연회장”… 경북 경주 ‘동궁과월지’, 안압지의 새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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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왕궁의 흔적이 밤하늘 아래 깨어나다
경주의 밤을 대표하는 풍경
역사와 야경이 만나는 특별한 여행지
동궁과월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경주 동궁과월지 안압지)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천년 고도 경주의 대표 문화유산인 동궁과 월지가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고요한 연못 위에 비친 누각의 불빛과 은은한 야간 조명은 마치 신라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 102에 위치한 동궁과 월지는 통일신라 시대 왕궁의 별궁 터다.

왕자가 머물던 동궁과 왕실 연회 공간인 월지로 구성된 이곳은 국가적인 경사가 있을 때나 외국 사신 등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경주 동궁과월지 안압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안압지’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실제로 신라 멸망 이후 연못 주변에 기러기와 오리가 모여들면서 오랫동안 안압지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그러나 1980년대 발굴조사 과정에서 ‘월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견되면서 이곳이 신라시대 기록에 등장하는 월지임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는 공식 명칭이 ‘경주 동궁과 월지’로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

동궁과 월지는 단순한 연못이 아니다. 삼국 통일 이후 문무왕 14년인 674년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며, 당시 연못 가운데 3개의 섬을 만들고 북쪽과 동쪽에는 12개의 봉우리를 형상화한 조경이 꾸며졌다.

특히 이곳의 조경 기술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연못 가장자리를 곡선 형태로 설계해 어느 한 지점에서도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도록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경주 동궁과월지 안압지)

좁은 공간을 마치 넓은 바다처럼 느끼게 만드는 설계로, 신라인들의 뛰어난 공간 감각과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역사적 가치도 상당하다. 일제강점기 철도 부설 등으로 훼손됐던 이곳은 1975년 대대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회랑지와 건물터 26곳이 확인됐다.

이후 월지와 함께 일부 전각이 복원됐으며 현재는 복원된 건물 3채가 당시 왕궁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또한 발굴 현장에서는 토기, 접시, 유리잔, 불교 미술품 등 수많은 유물이 출토됐다. 출토 유물 상당수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어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경주 동궁과월지 안압지)

무엇보다 동궁과 월지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야경이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어스름한 시간부터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면 연못은 거대한 거울로 변한다.

관람객들은 연못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약 4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예상보다 오랜 시간 머물며 야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동궁과 월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오후 9시 30분이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개인 기준 입장료는 성인 3,000원, 군인·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경이 만나는 곳. 동궁과 월지는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여전히 가장 특별한 밤을 선물하고 있다.

낮에는 역사 유적지로, 밤에는 빛과 물이 만들어내는 예술 작품으로 변하는 이곳이야말로 경주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될 명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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