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한 달 새 23% 급락하며 수입물가를 3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동시에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무역지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유가 급락’과 ‘반도체 호황’이라는 두 흐름이 한국 경제 안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2026년 6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100)는 161.34로 5월(168.78) 대비 4.4% 하락했다. 이 하락폭은 2022년 12월(-6.5%)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수출전선은 정반대 분위기다. 6월 수출금액지수(달러 기준)는 242.98로 전년 동월 대비 74.8% 급등해, 1988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바이유 한 달 새 23% 추락
수입물가 하락의 진원지는 국제유가 급락이다. 한국 수입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5월 배럴당 103.15달러에서 6월 79.45달러로 23.0% 떨어졌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한때 배럴당 170달러 근처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6월 종전 합의 소식과 함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결과다.
품목별로는 원유(-20.7%), 나프타(-25.5%), 벙커C유(-19.2%)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 수입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중간재 중 석탄 및 석유제품은 19.0%, 원재료 중 광산품은 11.3% 각각 내렸다.
한국은행 이문희 물가통계팀장은 “6월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음에도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해 수입물가가 전월보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7월 들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보다 낮아졌지만,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재고조되고 월평균 환율도 소폭 올라 향후 전망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가격 상승 둔화에 수출물가 1년 만에 제자리
6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88.90으로 5월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2025년 6월 이후 11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오다 1년 만에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석탄 및 석유제품 수출물가가 13.9% 하락한 영향이 컸다. 경유(-15.6%), 제트유(-18.2%), 에틸렌(-19.9%) 등이 일제히 내렸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4.5%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4월(+16.9%)·5월(+5.4%)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팀장은 “분기별 반도체 공급 계약이 주로 4월에 이뤄지면서 5·6월 가격 상승폭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 초과 수요는 지속되고 있어 3분기 계약 갱신 때 다시 가격 변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역 호전에도 소비자 체감은 ‘시차 존재’
무역지수는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6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8% 올라 2010년 1월(+42.0%) 이후 16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 물량(+40.0%)과 금액(+172.4%) 지수가 이 기록을 견인했다.
교역 여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10.69로 전년 동월 대비 1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출가격(+34.7%)이 수입가격(+16.5%)보다 더 크게 오른 덕이다. 소득교역조건지수도 180.91로 50.0% 뛰어, 교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실질 소득이 크게 늘었음을 보여줬다.
이 팀장은 “원재료와 중간재 수입물가 하락이 소비재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부담은 시차를 두고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