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잠든 조항이 깨어났다…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본격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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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최저임금 회의 모습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 / 연합뉴스

법전에는 존재하지만 36년간 사실상 사문화됐던 조항이 올해 최저임금 심의 테이블 위로 다시 올라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6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할지를 본격 논의하면서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현행 대비 16.3% 인상된 시급 1만2천원(월 209시간 기준 월 250만8천원)을 제시한 상태다. 경영계는 아직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소상공인 부담을 내세워 동결 또는 소폭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딱 한 번…30년 넘게 쓰이지 않은 ‘잠자는 조항’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업종별 차등이 적용된 것은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단 한 차례뿐이다.

이후 1989년부터는 노동계의 강한 반발 등을 이유로 차등 적용이 폐지됐고, 현재까지 전국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돼 왔다. 법조항은 살아있지만 36년간 실제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안 제시 현장
양대노총,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 연합뉴스

경영계는 매년 이 조항을 꺼내들며 음식·숙박업 등 인건비 비중이 높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취약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동계는 이를 특정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이자 최저임금제 취지에 반하는 차별 적용이라며 강력히 반대하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도급제 부결 여파…’3차례 논의’ 형평성 공방

이번 6차 전원회의가 열리기 직전,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별도 적용하는 안건이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노동계가 요구했던 도급제 노동자 보호 방안이 무산된 직후 업종별 차등 논의가 시작되는 구조여서 노사 갈등 기류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경영계는 도급제 논의가 세 차례 전원회의에서 다뤄진 만큼,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도 동등하게 세 차례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 협상은 업종별 차등 논의가 마무리된 다음 주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업종별 차등이 도입될 경우, 이미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집중된 음식·숙박업 종사자들의 임금 수준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경영계 측에서는 단일 최저임금 인상 기조가 자영업 폐업률 상승과 알바 시간 감축으로 이어진 경험을 근거로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법정 시한 6월 말…사실상 7월 연장 불가피

최저임금위원회의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로, 통상 6월 말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업종별 차등 논의까지 병행하는 만큼 심의가 7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역대 심의 관행을 보더라도 다수의 해에서 법정 시한을 넘겨 7월에 최종 의결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노동계와 경영계 간 요구안 격차가 큰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 공방까지 가세한 만큼, 올해 심의 일정은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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