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 지은 바로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법적 리스크가 공시 문서에 새롭게 등장했다. ‘AI 메모리 왕좌’를 발판으로 미국 자본시장에 손을 내밀었지만, DRAM 가격 담합 의혹이라는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운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을 위한 Form F-1 수정본을 제출하며 공모 신청 절차를 완료했다. 이번 공모는 신주 최대 1,779만 주(발행 주식의 약 2.5%)를 미국주식예탁증서(ADS) 형태로 발행하며, 규모는 최대 29억4,700만 달러(약 45조4,500억원)에 달한다.
용인·청주에 쏟아붓는 50조…공모 자금의 행선지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모로 조달하는 자금을 국내 초대형 설비 투자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공장 건설에 약 31조원, 충북 청주 첨단 패키징 팹 건설에 약 19조원이 배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SK하이닉스의 현 시장 지위에서 비롯된 전략적 필연이다. 등록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기준 HBM 시장 글로벌 점유율 56.4%로 1위, D램(HBM 포함) 전체 시장 점유율 29.1%로 2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공모 완료 직전, 수정 등록서에 새로 박힌 ‘소송 리스크’

이번 수정본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반독점 집단소송이 제기됐으며,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험요인(Risk Factors) 항목에 신규 명시했다.
소비자 14명과 중소 PC 제조업체 3곳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상대로 낸 이 소송의 핵심은 ‘범용 DRAM 가격 담합’ 의혹이다. 원고 측은 DRAM 가격이 4년간 700%가량 폭등했고, 이 비용이 맥북·아이패드 등 완제품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미국 셔먼법 제1조 위반(카르텔·담합)을 근거로 배상액의 3배 및 공급 제한 행위 중단을 위한 금지명령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과거 전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1998~2002년 DRAM 가격 담합 혐의로 미국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각각 약 3억 달러, 약 1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한 바 있다.
한편, 공모가와 ADS당 보통주 환산 비율 등 핵심 공모 조건은 수정본에서도 여전히 공란으로 남아 있다. 최종 공모가는 SK하이닉스와 주관사 간 협의를 거쳐 직전 코스피 거래가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북빌딩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