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7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글로벌 AI 경쟁은 누가 더 빠르냐로 결판이 난다”며 속도전을 거듭 강조했다. 오는 8월 11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이번 선언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을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본 히로시마 공장 증설에 1.5조엔(약 14조원) 투자를 선언하고, 일본 정부가 총 101.6조엔 규모의 반도체·AI 로드맵을 가동 중인 상황에서, 한국의 ‘속도전’ 선언은 글로벌 생산 거점 선점 경쟁과 맞닿아 있다.
360조원 대(對) 14조원…숫자로 읽는 한일 반도체 대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규모는 부지 면적 728만㎡에 시스템 반도체 팹 6기, 발전소 3기,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60개 이상 입주를 예정하고 있으며 총 투자 규모는 약 360조원으로 집계된다. 단일 클러스터로는 세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생태계를 지향한다.
정부는 지난 6월 용인 클러스터 완공 목표를 공식 단축했다. SK하이닉스 라인은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삼성전자 라인은 2047년에서 2040년으로 7년을 각각 앞당겼다. AI·데이터센터용 HBM 수요가 집중되는 2030년대 초중반을 정조준한 전략적 시간표 조정이다.
반면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공장 증설을 통해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생산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패키지를 제공해왔다.
반도체 특별법, ‘6년 병목’의 제도적 해법 되나
8월 11일 시행되는 반도체 특별법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례를 핵심으로 담고 있다.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비를 우선 지원하고,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은 국비 최대 100%까지 부담하는 방안도 시행령에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입장에서 신규 투자의 최대 난제는 부지와 인프라 확보인데, 이 문제가 정부 책임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점이 이번 특별법의 가장 큰 변화”라고 전한다.
다만 삼성전자 용인 국가산단은 현재도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이고 전력·용수 공급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나마 빨리 됐다고 하는 용인 일반 산단도 내 기준으로는 빠른 것 같지 않다”고 공개 지적한 대목은, 법·시행령이 마련됐더라도 현장의 속도가 아직 ‘정책 의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용인 먼저’ vs ‘호남도 함께’…자원 배분 논쟁 수면 위로
업계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보다 이미 부지 지정과 국가산단 지정이 완료된 용인 클러스터의 조속한 완성이 ‘속도전의 1차 토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호남 클러스터 구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용인을 먼저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지역균형 발전을 핵심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운 만큼, 예산과 인프라 배분 과정에서 지역 간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도체 특별법 시행 이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출범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법·재정·행정 지원이 실제 착공과 준공 시점 단축으로 이어질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