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 만에 190조원에 가까운 평가이익이 쌓였다.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9,000선이 돌파된 2분기, ‘큰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폭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이미 ‘7월 이후’로 향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 6일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공시한 상장사 270개의 주식 평가액 합계는 486조1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296조4,433억원)과 비교하면 단 3개월 만에 189조5,684억원이 증가한 수치로, 수익률은 63.9%에 달한다.
이는 1분기 수익률(32.0%)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며, 1분기 평가액 증가분(78조5,507억원)보다 100조원 이상 더 늘어난 것이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수익의 80%, 반도체 두 종목에서 나왔다

전체 증가액 189조원 중 79.8%에 해당하는 약 151조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서 발생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은 7.50%로 변동이 없었지만, 평가액은 43조1,560억원에서 125조2,968억원으로 82조1,407억원(+190.3%) 급증했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7.75%에서 7.84%로 소폭 늘었고, 평가액은 76조6,842억원에서 145조8,467억원으로 69조1,626억원(+90.1%) 증가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 전체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이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40.4%에서 7월 6일 기준 55.7%로 15.3%포인트나 확대됐다. 두 종목 뒤를 이어 SK스퀘어(+11조9,953억원), 삼성전기(+10조4,072억원)가 증가액 3·4위에 올랐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중 평가액이 1조717억원 감소해 손실 규모 1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5,737억원), 한화시스템(-4,510억원), 카카오(-4,470억원), 네이버(-4,153억원)도 큰 평가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역대급 수익’ 직후 찾아온 리밸런싱 시계

기록적인 수익이 난 바로 그 시점에, 국민연금은 구조적 매도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6월 말로 국내주식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급등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자, 올해 초부터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미뤄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6월 28일 회의에서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상향하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확대했다. 전술적 자산배분(TAA) ±2.0%포인트까지 더하면 국내주식 비중은 최대 28.8%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조치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신영증권 보고서를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9,000포인트 수준에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약 30.8%로 허용 상단(28.8%)을 약 2%포인트 초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급 수익을 올린 직후 매도 주체로 전환될 수 있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연금 수익률 관리와 국내 증시 안정이라는 두 목표 간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7월 증시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