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2026년 1~5월 전 세계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469.2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시장은 성장했지만, 과실은 중국이 독식했다. 상위 10개 배터리 업체 중 중국 기업은 7곳으로,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72.6%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2.1%포인트 더 오른 수치다.
CATL, 점유율 40% 돌파…’1강 체제’ 굳히기
중국 CATL은 188.4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9% 성장했다. 전체 시장 성장률(16.3%)을 크게 웃도는 속도로, 시장 점유율은 40.2%까지 뛰었다.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배터리 1강’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2위 BYD는 67.6GWh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지만 점유율 14.4%를 유지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BYD는 자사 완성차에 자사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구조여서, 자동차 판매 실적과 배터리 사용량이 직결된다. BYD의 성장 정체는 완성차 판매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LG엔솔 8.7%로 후퇴, SK온은 역성장
한국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41.0GWh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며 3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9.5%에서 8.7%로 0.8%포인트 하락했다. 사용량은 늘었으나 중국 업체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며 상대적 입지가 좁아진 결과다.
SK온의 타격은 더 직접적이다. 사용량이 15.8GWh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고, 점유율도 4.2%에서 3.4%로 추락했다. 북미·유럽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둔화와 일부 모델의 생산 조정이 겹친 결과다. 일본 파나소닉도 주력 고객사 테슬라의 차종별 판매 흐름 변화로 8.5% 감소한 15.1GWh를 기록, 8위에 머물렀다.
“볼륨은 중국, 수익은 한·일”…승부처는 고부가·ESS·현지화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은 단순 판매량 확대 국면을 넘어 정책·관세·가격 경쟁과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배터리 업체의 생존 전략은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공급하느냐’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의미다.
중국 업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의 원가 경쟁력과 수직계열화, 내수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반면 한국·일본 업체의 생존 키워드는 고에너지 밀도 NCM·NCMA 계열의 고부가 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 그리고 미국·유럽 현지화 공급이다.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와 유럽의 대중 규제가 한국 업체에 ‘신뢰 공급자’ 프레임을 부여하는 정책 환경은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CATL이 전체 시장의 40%를 단독으로 장악한 현실은, 한국 배터리 3사가 더 이상 규모 경쟁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고부가 셀 기술력과 현지화 공급망 구축, 그리고 ESS 등 신시장 개척이 한국 업체의 차별화 전략이자 반등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