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쿠퍼 크기에 563km 달린다” … 작은 차체로 실용성 확보한 전기트럭의 정체

전기 픽업트럭의 새로운 공식
테슬라 출신들이 설계한 도심형 트럭
2026년 양산 목표, 시장 판도 바꿀까
미니 쿠퍼
(뒤) MT1, (앞) 미니쿠퍼 / 출처 : 텔로

“또 실패일까, 아니면 새로운 전기차 신화의 시작일까.”

파산한 스타트업들의 잿더미 위로, 또 하나의 도전이 시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 스타트업 텔로(Telo)가 도시형 소형 픽업트럭 ‘MT1’을 들고 나섰다. SUV 대세 속에서 미니쿠퍼 크기의 픽업 트럭이라니, 얼핏 들으면 생존 가능성조차 의심되지만,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텔로의 배후에는 전 테슬라 공동창립자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 그리고 전 애스턴 마틴 CEO 앤디 팔머 등 전기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또 하나의 스타트업’으로 보기엔 무게감이 남다르다.

픽업트럭의 재해석…‘작지만 꽉 찼다’

미니 쿠퍼
MT1 / 출처 : 텔로

MT1은 단순한 소형차가 아니다. 길이 386cm, 폭 185cm의 차체에 성인 4~5명이 탑승 가능한 구조를 갖췄고, 적재함은 최대 8피트까지 확장된다. 작은 몸체에도 불구하고 4×8 피트 합판을 실을 수 있는 실용성은 여느 중형 트럭 못지않다.

적재함 아래엔 ‘몬스터 터널’이라 불리는 추가 저장공간이 숨겨져 있고, 도심형 설계를 고려한 독립식 리어 서스펜션 구조도 적용됐다.

마크스 CEO는 “거대한 트럭이 보행자에게는 위험 요소가 된다”며 “이제는 도시에 적합한 트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슬라급 배터리, 리비안급 실내…그리고 합리적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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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1 / 출처 : 텔로

성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MT1은 자체 배터리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여 106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563km까지 주행할 수 있고, 급속 충전 시 20분 만에 7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이 배터리는 테슬라 모델 S 수준이며, 설계 팀 역시 테슬라 초기 배터리 개발자 출신이 주축이다.

또한, 테슬라의 NACS 충전포트를 탑재해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미국 내 주요 전기차 충전소와의 호환성이 높아, 사용자 편의성 역시 기대할 만하다.

파워트레인은 싱글 모터는 300마력과 듀얼 모터 500마력 구성으로 제공되며, 후륜 또는 사륜 구동 선택이 가능하다. 이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km까지 도달하는 데는 단 4초면 충분하다.

기능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텔로의 무기다. 기본형은 4만 1,500 달러(한화 약 5,700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미국 연방·주 정부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가는 3만 달러 중후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성능 듀얼 모터 모델도 4만 6천 달러(6,400만 원) 안팎으로 책정됐다.

생산은 가능할까…“2026년, 5천 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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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1 / 출처 : 텔로

텔로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의 차량 개발 전문 기업 ‘아리아 그룹’과 협력해 시제품 제작에 착수했고, 연간 5천 대 규모의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은 검증된 상용 부품을 사용하고, 배터리팩만 자체 설계해 생산 단가를 낮췄다. 거대 자본 없이도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이 방식은 ‘작지만 실속 있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전기차 시장의 이단아…기대와 의심 사이

미니 쿠퍼
MT1 / 출처 : 텔로

소형 전기 픽업 시장은 그간 실패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텔로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도심형 픽업’이라는 틈새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SUV 중심의 시장 흐름에 맞서 등장한 MT1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상징적인 도전이다. ‘작은 트럭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이제 ‘과연 텔로가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바뀌고 있다.

전기차 업계의 경력 전문가들이 힘을 모은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생 스타트업의 시도가 아니다. 텔로가 과연 이 흐름을 이어가며,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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